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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22 조회수178 추천수4 반대(0)

오늘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기념하는 대축일입니다. 예수님의 길을 준비했던 세례자 요한, 그분의 삶은 겸손소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와 함께 사목하는 부주임 신부님의 축일이기도 합니다. 신부님은 원래 올해 8월이면 비자가 끝나 귀국해야 했지만, 교구장님의 허락과 본인의 의지로 30개월을 더 있기로 했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의 사목, 때때로 피곤한 공동생활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하겠다라고 말해준 그 선택이 고맙고, 그 마음 안에 요한의 겸손한 영혼이 비쳐 보입니다. 옆에서 본 신부님은 제게 부족한 것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사제입니다. 작년에도 부모님과 여행을 다녀왔고, 올해에는 과달루페 성지순례도 다녀왔습니다. 영어 미사와 영어강론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있습니다. 식복사의 도움 없이도 식사, 청소, 세탁을 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식복사가 도움을 주기에 처음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음식도 곧잘 합니다. 전례에 관심이 많습니다. 낡은 미사 경본도 한국에서 구매하였고, 제의실의 낡은 옷장도 새것으로 바꾸었습니다. 성작도 도금해서 깨끗하게 만들었습니다. 청년들을 사랑해서 성서 공부와 교리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사목 방향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축일을 맞이하는 신부님이 늘 건강하기를 기도합니다. 항상 감사하기를 기도합니다. 언제가 기뻐하기를 기도합니다. 세례자 요한처럼 겸손하기를 기도합니다.

 

교회는 오늘 세례자 요한의 삶과 죽음을 기억합니다.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켜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합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자신의 사명을 다한 뒤에는 광야로 물러가고, 마침내 살로메의 춤값으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그의 이름을 잊지 않습니다. 요한은 구약과 신약을 잇는 다리이며, “여인에게서 태어난 이들 중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계획 속에서 가장 중요한 사명을 받은 예언자입니다. 요한의 탄생 축일은 낮이 가장 긴 하지 즈음이며, 예수님의 탄생 축일은 낮이 가장 짧은 동지 즈음입니다. 낮이 길어지던 시점에 태어난 요한의 존재는 시간이 흐르며 점점 작아집니다. 반면, 가장 짧은 낮에 태어난 예수님은 시간이 갈수록 빛을 더해 갑니다. 하늘의 자연 현상 속에서도, 하느님의 구원 역사는 질서 있게 드러납니다.

 

수도자에 대한 시를 생각합니다. 그 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높이지 않고 떠벌이지 않으며 /앞세우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얕보지 않고 굽히지 않으며/ 남을 복되게 해 놓고 /맨 나중에 행복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끝에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떠난다.” 이 시의 수도자라는 단어 대신, 오늘 우리 각자의 세례명을 넣어보면 어떨까요? “가브리엘, 너는 밀알처럼 썩는 아픔과 기쁨을 누리고자 오직 이름 없이 살기를 원하는가? 가브리엘, 너는 죄지은 이의 짐을 지고 가는 지게가 되기를 원하는가? 가브리엘, 너는 남을 복되게 해 놓고 맨 나중에 행복하기를 원하는가? 그리고 끝에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떠날 수 있는가?” 세례자 요한의 삶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이 땅끝까지 다다르도록, 그는 빛으로 보내진 사람이었습니다. 요한은 자기를 따르던 사람들을 예수님께 보내며, 참된 제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요한처럼 겸손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이름은 결국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겸손한 자는 잊히는 듯 보이나,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장 빛납니다.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 이 고백을 가슴에 새기며, 우리 각자도 하느님의 도구로 살면 좋겠습니다. 빛을 드러내되, 그 빛의 주인이 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 하루 세례자 요한을 기리며, 우리 삶이 겸손한 증언이 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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