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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5-06-26 조회수178 추천수3 반대(0)

저는 일정을 3곳에 적어 놓습니다. 하나는 구글 달력입니다. 그렇게 하면 핸드폰과 노트북에 일정이 기록됩니다. 다음은 사제관과 집무실의 탁상용 달력에 적어 놓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 일정을 잊어버리지 않고, 정해진 일을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3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간 이식 수술을 앞둔 형제님을 위한 병자성사가 있었습니다. 30년 동안 기증자가 없어서 고생했는데 다행히 기증자가 생겼습니다. 기증자는 뇌사 상태였고, 장기기증을 했기에 형제님을 위해서 을 기증하였습니다. 그리고 눈, 심장도 기증한다고 합니다. 병자성사를 하면서 예전에 보았던 몬트리올 예수라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연극에서 예수님역할을 맡았던 배우가 사고로 뇌사 상태가 되었고, 배우의 장기는 비행기를 타고 고통 중에 있는 환자들에게 갔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영화는 끝났습니다. 간 이식을 받은 형제님도 건강을 회복하여 성당으로 나왔습니다.

 

오후에는 에어컨 수리 기사를 만났습니다. 성당의 에어컨이 고장나서 성당과 친교 실 이외에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옥상에 올라가서 기계실을 점검했는데 퓨즈가 2개 나갔다고 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하므로 에어컨 설치 회사에 문의했습니다. 나중에 점검해 보니 4개의 모터 중에 1개가 고장났다고 합니다. 우선 3개의 에어컨을 이용해서 퓨즈를 연결해서 성당의 에어컨이 작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중에 모터를 교체하면 성당 에어컨은 문제없이 작동할 거라고 합니다. 문득 퓨즈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퓨즈가 없다면 과부하로 화재의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퓨즈는 에어컨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도구였습니다. 신앙인에게 퓨즈와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생각해 봅니다. 저는 고백성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백성사를 통해서 하느님과 화해하고, 이웃을 용서하고, 용서를 청할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신앙 안에서 기쁨이 가득할 것입니다. 우리가 고백성사를 하지 않고, 하느님과 화해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앙은 근심과 불만이 넘쳐서 고장나고 말 것입니다.

 

저녁에는 병원 축성을 다녀왔습니다. 축성을 청하는 의사 선생님은 한국인의 특징을 두 가지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인은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고 합니다.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때가 많다고 합니다.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고,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는다면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은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마련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먼저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영적으로, 육적으로도 건강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어제는 예수 성심 대축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티 없으신 성모 성심을 기리는 날입니다. 마치 어제는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오늘은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 품으신 어머니의 마음을 묵상하는 날 같습니다. 저에게는 사제 성화의 날인 어제가 특히 의미 깊었습니다. 25년 전, 제가 사제로 살아가며 처음으로 사목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날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지구장 신부님께서 제게 사목 체험을 발표해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셨는데, 처음엔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저는 영성도 부족하고, 체험도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시 권유받고, 겸손하게 나의 사목 여정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정한 주제가 사목이란 무엇인가였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속에 떠오른 단 하나의 대답이 있었습니다. “사목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지식과 이론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닿는 사목, 함께 울고 함께 웃는 사목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 마음의 중심에는 항상 어머니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오늘 기념하는 성모님의 티 없으신 성심은 바로 그러한 마음입니다.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마음, 끝까지 기다리는 마음, 칼로 찌르듯 아픈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의 뜻에 라고 응답하는 마음입니다.

 

사제로 살아가며, 지칠 때마다 저는 이 성모님의 마음을 바라봅니다. 특히 어렵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나 스스로 반성할 때면 성모님의 도움을 청합니다. 오늘은 사제뿐만 아니라 모든 신자가 성모님의 마음을 닮아가야 하는 날입니다. 티 없는 성모님의 성심은 세상의 상처로부터 지켜낸 순결한 사랑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쉽게 냉소하고, 쉽게 포기하고, 쉽게 판단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다시금 사랑하고, 기다리고, 품으려 할 때 그 중심에는 늘 성모님의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성심이 하느님의 사랑이라면, 성모님의 성심은 그 사랑을 품은 교회의 마음입니다. 저도 부족한 사제이지만, 어머니의 성심을 닮아가는 사제가 되기를 다시금 다짐합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성모님께 여러분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맡겨보십시오. 그분의 티 없는 마음은, 우리가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길을 보여주는 가장 부드럽고 확실한 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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