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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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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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28 | 조회수53 | 추천수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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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루카 2,41-51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 날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기념일로 지냅니다. 예수님의 성심이 우리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라면, 성모님의 성심은 전능하신 하느님과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과 순명의 마음이지요. 하느님의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으로 그분 뜻에 순명하셨으니 그 용기와 결단이 거룩하다는 건 알겠는데, 성모님의 마음이 “티 없이 깨끗하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이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죄’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성모님은 티 없이 깨끗하십니다. 하느님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이 왜곡되게 만들고 우리 마음과 영혼을 어둡고 탁하게 만드는 죄에서 자유로우셨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성모님께 ‘무염시태’라는 특별한 은총을 베푸시어 ‘원죄’에 물들지 않도록, 다시 말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죄로 기울어지는 약한 경향성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하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모님께서도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셨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믿음’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아도 성모님은 티 없이 깨끗하십니다. 성모님은 하느님 말씀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한 점 의혹도 없이 믿으셨고, 의심과 불신, 주저함과 망설임으로 인해 마음이 갈라지는 일 없이 오롯이 하느님만 바라보신 겁니다. 그랬기에 당신 아들이 사람들로부터 배척받고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그 무섭도록 가혹한 여정을 끝까지 함께 걸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고 그분 말씀을 신뢰하며 그분 자비에 당신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실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성모님이 그처럼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을 간직하실 수 있었던 비결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들 예수님을 어렵사리 예루살렘 성전에서 되찾으셨을 때, 예수님은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성모님은 예수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그 의도를 알지 못했고, 그 말씀이 구체적으로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이해하지도 못했지요. 하지만 그런 ‘무지(無知)’에서 성모님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무지가 그저 무지로 끝났거나 오해와 갈등으로 발전했다면 부끄러워할 일이 되었겠지만, 그러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그 의미를 알기 어려운 예수님의 말씀을, 예수님과 관련하여 당신께 일어나는 놀라운 일들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밀어내지 않고 당신 마음 속에 있는 그대로 간직하신 겁니다. 그리고 그 말씀과 일들의 의미가 당신 삶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꾸준히 곱씹으며 되새기셨지요. 그랬기에 슬픔 속에서도 기뻐할 이유를 찾으셨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길어 올리셨습니다.
우리도 이 거칠고 험한 세상의 풍랑을 견디려면,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기쁨과 희망이라는 물고기를 건져올리려면, 성모님의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을 본받아야겠습니다. 도무지 그 의미를 모르겠는 시련과 그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고통의 한복판에 서 있더라도, 성모님처럼 내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하느님의 뜻’으로 여기며 마음 속에 간직하면, 오롯이 하느님을 바라보며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하느님의 큰 뜻을 깨닫고 그분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바치게 될 기쁜 날이 올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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