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김건태 루카 신부님_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 배 | |||
---|---|---|---|---|
작성자최원석
![]() ![]() |
작성일08:43 | 조회수6 | 추천수1 |
반대(0)
![]() |
오늘 복음 말씀은 마태오 복음은 물론 다른 공관복음, 곧 마르코와 루카 복음에도 소개되는, 잘 알려져 풍랑 속에 흔들리는 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자들이 타고 있는 한 척의 작은 배, 풍랑이 일어 파도에 뒤덮이게 된 배, 제자들이 두려움에 싸여 “주님 구해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하고 외치는 배는, 자주 배에 비교되는 교회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 비유법을 좀 더 확대해서 살펴본다면, 제자들이 탄 작은 배처럼 지금의 교회가 침몰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실로 그렇게 걱정하며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나름대로의 진단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회가 발전을 거듭하면 할수록, 교회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돌발상황이 전개되고 난 다음, 주일미사 참석률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각종 기도 및 활동 단체들이 활기를 찾지 못해 쩔쩔매거나 해체되는 상황을 보면서, 나아가 사제 및 수도자 지원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실 앞에서, 부정하기 힘든 진단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해오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교회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그러한 진단을 내리도록 종용하더라도,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현실 앞에 서 있는 우리의 마음, 용기를 잃고 체념하거나 좌절하는 마음, 과연 교회의 미래가 있기나 한 것인지 하는 의구심과 함께 우리처럼 두려움 많던 사도들을 기초 삼아 교회를 세우신 예수님의 능력까지 불신의 대상에 편입시키는 우를 범하는 우리의 마음일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의 소유자들인 우리에게 예수님은 똑같은 질타의 말씀을 던지실 것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사실 2000년에 걸친 교회의 역사를 보면, 교회는 코로나19보다 훨씬 심각하고 절박한 상황들을 수없이 거쳤으며, 이 상황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믿음을 더욱 단련시켜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 한국천주교회가 겪어온 크고 작은 박해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될 것입니다. 침몰할 것 같은 배 위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주님께 달려들었던 제자들, 예수님을 깨우며 “주님 구해주십시오” 하는 외침을 기도로 올렸던 제자들, 지금은 믿음이 약한 자들의 모습이지만 이제는 믿음이 약한 사람들을 굳건한 믿음의 길로 이끌어갈 제자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하며 신앙을 고백할 수 있도록 한 생을 바칠 제자들과 함께 우리는 다시금 용기를 내며 예전보다 더 활기찬 신앙공동체를 꿈꿉니다. 주무시는 것 같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 곁에 계셨던 것처럼, 지금도 교회와 함께 계십니다. 제자들이 다가가 예수님을 깨웠다고 하지만, 실은 예수님이 우리의 믿음을,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공동체의 믿음을 깨워주신 것입니다. “믿음이 약한 자들”이라는 질책에 이어 바람과 호수를 꾸짖어 잠재우시니, 질책 속에서 오히려 우리는 주님의 사랑과 능력을 더욱 깊이 느낍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이 약한 우리 때문에 배가 흔들릴 수는 있어도, 주님이 함께하시니 이 배는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약한 믿음을 보시고 더욱 가까이 다가서시는 주님께 감사와 사랑과 찬미를 드리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