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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02 조회수33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마태 8,28-34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에 사는 가다라인들의 지역으로 가시어 마귀 들린 두 사람을 그 속박에서 풀어주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신적 권능 앞에 감히 저항할 수 없음을 알았던 마귀들은 자기들을 이 세상에서 소멸시키는 대신, 마을 사람들이 놓아기르는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 살게 해달라고 청하지요. 돼지는 어차피 유다인들이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 가까이 하지 않는 동물이니 그 안에서 쥐죽은 듯 조용히 지내면 더 이상 사람들이 해를 입을 일도 없지 않느냐는 논리입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가라’하며 허락하시자 마귀들은 돼지떼 속으로 들어갔는데, 이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유다인들로부터 부정한 짐승이라고 무시받던 돼지들이, 마귀들이 자기 안에 들어오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며 차라리 물에 빠져 죽는 쪽을 택한 겁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가다라 마을 주민들이 참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들이 돼지를 부정한 짐승으로 여겨 먹지 않는 것은 맞지만, 로마인들에게 팔아 수익을 얻기 위해 돼지들을 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기들의 ‘돈줄’이 되어줄 돼지들이 몽땅 죽어버렸으니 말 그대로 ‘피해가 막심’하게 되었지요.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며 놀라운 기적을 행하시는 예수님이 자기들 마을로 오시면 그분을 통해 뭔가 좋은 것을 얻으리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그러자 예수님께 걸었던 기대가 실망으로, 실망이 원망으로, 원망이 미움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께 자기들 마을에서 떠나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릅니다. 자기들 분에 못이겨 그분을 함부로 다뤘다가는 후환을 당할까 두려워 ‘부탁’이라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예수님을 쫓아낸 셈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돼지떼’로 표상되는 재물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먹고 사는데에 꼭 필요하기도 하고, 하느님 뜻에 맞게 잘만 사용하면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예수님을 내 마음과 삶에서 몰아내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면 나를 그분과 멀어지게 만드는 사탄과 다를 바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재물이 예수님을 내 안에서 몰아내게 될까요? 그것이 나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할 때부터입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언제든 재물을 하느님처럼 섬길 수 있는, 욕망과 집착에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자신이 얼마든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며, 재물을 기준으로 자기 삶의 목표를 설정하지요. 그러나 어찌저찌해서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그 때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재물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재물에 대한 탐욕은 만족을 모르기에, 자기도 모르게 ‘더 더 더’를 외치게 되는 겁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마음 속 어둠을 몰아내시고 그 안에 진리의 빛, 생명의 빛, 희망의 빛을 채워주러 오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을 재물에 대한 탐욕과 집착으로 가득 채우고는,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그분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면, 주님으로써도 손써주실 방법이 없습니다. 구원은 우리의 자유의지로 세상이 아닌 하늘을, 세속적인 기준이 아닌 하늘의 법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재물과 권력, 명예와 인기 같은 것들을 보물로 섬기는 이는 구원을 그다지 급할 것 없는 부차적인 것, 심지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나쁜 것으로 인식하여 밀어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돼지 떼’를 잃는 것이 영원한 생명을 잃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판단력마저 흐려지기 시작한다면 더 늦기 전에 어서 빨리 회개하여 주님의 뜻을 실천해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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