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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10 조회수29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14주간 목요일] 마태 10,7-15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오늘의 제1독서인 창세기에서는 이집트로 팔려갔던 요셉이 자신을 버린 이복형제들과 화해하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오늘 독서의 앞 부분에서 요셉은 자기 바로 위의 형인 벤야민을 이집트에 남겨두고 돌아가라고, 그래야 그들에게 양식을 내어주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지요. 그러자 그 형인 유다가 나서서 자기가 동생 벤야민 대신 이집트에 남아 종이 되겠노라고 자원합니다. 이미 많이 노쇠하여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 이스라엘이 막내 아들 요셉에 이어 총애하던 벤야민마저 잃게 되면, 더 이상 살아갈 이유와 의미를 찾지 못하고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한 때는 아버지가 편애한 형제를 시기 질투하여 해치려고까지 했던 형제들이, 이제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어린 동생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들은 더 이상 어린 요셉을 구덩이에 던져넣던 그 모진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처럼 변화된 형제들의 모습에 마음이 울컥해진 요셉은 그들 앞에서 자신이 바로 이스마엘 상인들에게 팔려갔던 막내임을 밝히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보내신 것입니다.” 믿었던 형제들에게 미움받고 버림받은 것은 너무나도 큰 상처였지만, 그것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구원 역사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고통과 시련 안에 담긴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깨달음 덕분에 자기가 받은 상처를 더 큰 상처로 되돌려주려는 앙심을 품지 않고, 오히려 용서와 사랑이라는 더 큰 선으로 갚을 수 있었지요. 이처럼 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은 이는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이,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다 그분 섭리 덕분임을 알기에, 겸허한 자세로 자기가 거저 받은 것을 기꺼이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의 뜻과 가르침을 따르며 복음을 전하는 소명을 받은 우리에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고 하십니다.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으니,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가 아니었다면 누리지 못했을 것들이니,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말고 그분 뜻에 맞게 잘 쓰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아무것도 소유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재물을 필요 이상으로 미리 채워두려는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하느님을 멀리하고 재물에 의지하게 만드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예 소유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그곳에서, 거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머무르라고 하십니다. 재물을 나누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슬픔과 괴로움에 신음하는 이들과 함께 있어주는 것,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고 그것을 기꺼이 함께 나누려는 마음 또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일이 내 뜻과 계획대로 되어야 한다는 집착과 고집을 털어버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 손에 맡겨드리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비천한 노예로 팔려간 요셉을 이집트의 재상으로 만드시고 그를 통해 당신 백성을 구원하신 것처럼, 하느님께서 가련한 우리를 그 고통으로 구하시고 재앙으로 우리 귀를 열어주시어 구원의 진리를 듣고 깨닫게 하실 것입니다.(욥 36,15 참고)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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