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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슬로우 묵상] 하얀 셔츠 -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작성자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25-07-11 조회수50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베네딕토 아빠스 기념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마태 10,16)

 

나는 지난 주일 복음을 묵상하며

나에게 있어 '이리 떼'는 어디인가를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그 질문은 조용히 방향을 틉니다.

이제는 나를 '양'으로 보내시는 그분의 의도에 머물고 싶어집니다.

 

왜 양인가? - 연약함의 선택

 

왜 하느님은 우리를 힘 있는 자, 말 잘하는 자, 무장된 자로 만들지 않으시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 도망치지 못하는 존재,

울음으로밖에 저항하지 못하는 ' 양 '로 보내실까요?

시편의 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시편 23.1)

 

양은 목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바로 그 의존성 안에서 진정한 안전이 시작됩니다.

예수님 또한 "나는 착한 목자다"(요한 10,11)라고 하시며

우리와 같은 양의 존재방식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분은 연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십니다.

 

진짜 사랑의 모습 - 힘이 아닌 현존

 

예수님께서는 아셨습니다.

진짜 사랑은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곁에 남는 존재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우리는 보통 더 강해지려 합니다.

더 논리적으로, 더 공격적으로, 더 영리하게 대응하려 합니다.

하지만 양으로 산다는 것은

그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진실한 눈빛으로,

때로는 변함없는 성실함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마스크를 벗고 존재하기 - 양으로 사는 삶

 

양으로 산다는 것은

마스크를 벗고,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SNS에서 완벽한 모습을 연출하려 애쓰는 대신,

진짜 나를 드러내는 용기를 내는 것.

가족과의 갈등에서 누가 옳은지 따지기보다 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으려 무리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진심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어린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허락하고 막지 마라"(마태 19,14)라고 하신 이유입니다.

어린이처럼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하느님 나라의 방식입니다.

 

연약함의 얼굴로 부르시는 예수님

 

예수님은 연약함의 얼굴을 하고

우리를 세상 속으로 부르십니다.

"거기 있어라, 도망치지 마라.

너를 무섭게 만드는 그 자리에서 존재하라."

그것이 곧 '파견'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모든 힘을 포기하셨습니다.

변호하지도, 증명하지도, 복수하지도 않으셨습니다.

그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루가 23,34)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무방비한 존재

오히려 가장 강력한 사랑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의 존재 - 무모함이 아닌 용기

 

이리 떼 가운데 보낸다는 말은

우리에게 두려움 없는 전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려움 속에서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길을 가리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

부모는 아이에게 "더 강해져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괜찮다, 엄마가 있다"라고 말하며 아이 곁에 머물러 줍니다.

하느님도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이사 43,5).

질병으로 고통받을 때,

실직으로 좌절할 때,

관계의 상처로 아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그 고통을 피하려 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며 사랑을 배우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드디어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주님,

저를 양처럼 보내신 뜻을

이제야 조금 이해합니다.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존재라고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존재로 사랑을 살아가게 해 주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슬로우묵상, 서하의노래, 존재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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