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 |||
---|---|---|---|---|
작성자박영희
![]() ![]() |
작성일2025-07-12 | 조회수24 | 추천수2 |
반대(0)
![]() |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마태 10,24-33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오히려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분을 두려워하여라.“
오늘 제1독서에서 야곱은 아들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그런데 그의 아들들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자 마음 속에 이런 두려움을 갖게 되지요. “요셉이 우리에게 적개심을 품고, 우리가 그에게 저지른 모든 악을 되갚을지도 모르지.” 막내 동생 요셉은 형제들이 과거에 자신에게 저지른 모든 잘못을 말끔하게 용서했는데, 그의 마음엔 형들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 같은 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데, 형들은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자신들이 과거에 요셉에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그로부터 보복을 받을까봐 두려워했던 겁니다. 그래서 요셉에게 ‘아버지께서 형들을 용서해주라고 하셨다’는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를 ‘종’이라 칭하며 요셉 앞에서 비굴하게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들을 용서한 동생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고, 여전히 그 이유조차 불분명한 두려움에 빠져 잔뜩 주눅들어 있는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요셉은 분명하게 이야기합니다. “두려워하지들 마십시오. 내가 하느님의 자리에라도 있다는 말입니까?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그의 답변에서 그가 지닌 깊고 단단한 신앙이 드러납니다. 그는 자신이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오직 하느님 뿐임을 잘 알고 있었지요. 아무리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한 형들이라도, 하느님께서 그들이 꾸민 악을 선으로 바꾸셨기에, 자신은 그런 선하신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축복 속에서 살고 있기에, 그런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복수를 꿈꾸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다짐하는 겁니다. 심판은 전능하신 하느님이 하실 일이지 부족하고 죄많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니까요. 요셉은 그저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찾아오시어 약속하신 땅으로 데리고 가시겠다 하신 약속을 굳게 믿으며 희망할 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도들에게 그런 요셉을 닮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세속의 권력자들을 두려워하며 그들 눈치를 보지 말라고 하십니다. 대신 우리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키실 수 있는 권능을 지니셨지만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귀하게 여기시기에 그러지 않으시는 분, 그 누구보다 우리를 잘 알고 계시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가장 귀한 것을 주실 수 있는 사랑 넘치시는 하느님만을 두려워하라고 하십니다. 혹여나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을까하는 염려로 말과 행동을 삼가는 참된 두려움인 ‘경외심’을 지니고 살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하느님을 경외한다고 해서, 하느님을 믿고 그분 뜻을 철저히 따른다고 해서, 우리에게서 고통이나 시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고난으로부터 구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구해주시고,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보호해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십자가로부터 구원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속에서 구원하십니다.”(디트리히 본 회퍼) 그러니 손가락 하나도 다치지 않아야만, 내가 원하고 바라는대로 이루어져야만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시며 나를 사랑하신다고 믿는 유아기적 사랑에만 계속 머물러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로하여금 죄악과 싸워 이길 면역력을 키우게 하시기 위해, 때로는 우리를 유혹과 시련이 가득한 광야로 내보내시는 것 또한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한 방식임을 받아들여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