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5 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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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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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06:08 | 조회수30 | 추천수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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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위치를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망망대해에서 내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안다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등산로 지도나 지하철역 안내도에도 ‘현재 위치’를 표시하는 빨간 점이 반드시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현재의 위치를 알아야 비로소 방향을 잡고 목적지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는 구약의 모세 이야기를 들으며,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며 나아간 한 사람의 여정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모세는 하느님의 산, 호렙에 도착합니다. 그는 한때 이집트에서 자라나 히브리인들에게도, 이집트인들에게도 외면받은 ‘경계인’이었습니다. 인생의 좌표를 잃고, 무려 40년을 미디안 광야에서 방황하던 모세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신을 벗어라.” 모세는 드디어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됩니다. 자신의 위치는 하느님이 계신 곳, 곧 거룩한 땅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이어서 그의 사명을 밝히십니다. “내가 이제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것이다.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이끌어 내어라.” 그리고 덧붙이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모세는 자기 능력으로 그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망설입니다. 그러나 구원은 인간의 능력이나 재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이들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는 율법 학자나 권력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겸손하고 단순한 이들에게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는 2025년 7월 15일이라는 현재의 좌표 위에 서 있습니다. 눈부신 과학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묻습니다. “지금 이곳이 하느님 나라일까요?” “지금 이곳에서 우리는 행복한가요?” “지금 이곳에서 우리는 창조 질서를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나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에도 일상이 무너질 수 있음을 경험했습니다. 탐욕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수많은 종의 멸종과 환경오염을 낳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3년 넘게 전쟁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붙이려고 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좌표를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앞엔 암초뿐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말씀하십니다.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다. 이제 내가 너를 세상 속으로 보낸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 앞에서 우리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고, 주님의 뜻에 순명하는 믿음으로 새로운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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