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적>
민 형식(마티아)
퇴근길이다. 오늘도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집에 도착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인천을 무사히 벗어나 배다리를 지나는데 좌회전 차로인
1차로로 진행하던 프라이드 한 대가 신호가 바뀌자 깜박이도 안 켜고 2차로인
내앞으로 돌진한다. 순간 급브레이크 작동과 함께 튀어나오는 욕설! 괘씸한 마음에
뒤에서 라이트를 켜 봐도 미안하다는 표시의 손도 한번 안 든다. 어이가 없어
계속 뒤를 따라 가는데 이 친구 운전의 예의라고는 털 끗만큼도 없는 무례한 이다.
깜박이는 고장인지 아예 켜지도 않고 요리 끼고 조리 끼며 어느새 나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어찌 되었든 나는 오늘 또 죄를 지었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보를 해주었으면
남을 욕하는 죄를 범하지 않고 양보하는 즐거움도 느꼈을 텐데.....
오늘도 무사히 전쟁을 치르고 차를 주차장에 주차시키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변함없이 들려야 할 집사람의 “왔수?”하는 인사말은 들리지 않고 컴컴한 거실에서
전화를 받던 딸아이가 “아빠! 엄마 오빠 땜에 학원 밑에 있는 정형외과에 갔어요”
한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왜냐고 물어도 딸아이는 모르겠단다.
‘정형외과? 이건 일이 나도 보통일 이 아니구나!’하며 벗어 걸던 웃옷을 다시
입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하는데 만감이 교차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전 녀석이
학원에서 친구와 싸우고 눈두덩 이가 시퍼렇게 멍이 들어 돌아왔는데 정형외과라니
이건 사고도 보통 사고가 아니다. 그때 땅거미가 어둑어둑한 저 만치에 집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왜 그래 또 무슨 일이야?”하니까 교통사고라며 집사람 왈
“사고가 나긴 났는데 이상해”한다. 급한 마음에 재촉해서 정리한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녀석이 학원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후 10분도 안되어서 학원원장
으로부터 병인 이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있다며 전화가 왔다 한다. 놀란 집사람이
병원에 급히 도착해 보니 녀석은 X-Ray 촬영과 치료를 마치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병원을 막 나서는 중이고 신기한 것은 차의 바퀴가 녀석의 오른쪽
정강이를 타고 넘었다하는데 상처는 약간의 찰과상뿐이고 X-Ray 결과도
이상 없고 아프지도 않다며 병원 원장도 당시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도 사고
운전자도 의아해 한다는 것이다.
순간 나는 ‘그래 이것이 기적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하는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왔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학원에서 돌아온 아들 녀석의 다친 부위를
여기저기 만져 보고 눌러봐도 역시 아프지가 않다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이
교통사고라서 시간이 경과 해봐야 자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했다는데 나는
자신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하느님이 우리 집안에 보여주신 은총이라고.....
며칠째 집사람이 절두산 성당에 열심히 다니더니 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났나 보다.
시간이 지나도 녀석은 아무런 일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이것은 주님이 내게 보내신 경각심이라 생각을하니
한동안 신앙생활에 소홀히 했던 내자신이 부끄러웠다.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레지오 주회가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열심히 해야겠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지금쯤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를 위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아들 녀석의 슈퍼맨 같은 다리에도 이상이 없기를 하느님께 빌어 본다.
끝.
추신: 그후 아들아이는 아무런 징후도 보이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