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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하느님, 나의 교회
작성자최숙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11 조회수2,616 추천수15 반대(0) 신고

 

  

                               나의 하느님,  나의 교회

                                                                   입교 수기  최 숙희(젬마)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주시던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이후 나는 학창 생활을 지나서 직장 생활 중에서도 늘 마음의 빈자리를 느끼며 살았다.  친구들과의 어울림으로 이 마음의 공허를 잠시 잊을 수 있었으나 깊은 곳에서의 고독은 피할 수 없었다. 거기에 가족에 대한 불만과 거리감이 겹치고 몸담은 교직 생활마저도 잡무와 행사 등으로 더욱 나의 심신은 지쳐가고 있었다.

 마음은 진정한 행복을 꿈꾸었지만 대면한 현실의 상반된 모습에서 이 세상의 참된 가치란 없으며 오직 자신 만을 믿을 수 있다는 결론에 봉착했다.

 생명이 없는 물질, 그리고 변하고 사라지는 모든 생명, 더욱이 불안전한 인간의 모습은 삶에 대한 애착을 잃게 했고 또한 이런 무의미한 삶을 창조한 조물주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비껴라, 운명아, 내가 간다!’ 라고 오만하게 외치며 조물주를 배제한 자신만을 믿는 삶의 신조로 살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신조는 얼마 못가서 지친 심신과 폐결핵 진단 앞에서 무참히 깨지게 되었고 결코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

 드디어  그 어떤 것에도 참된 가치와 믿음을 둘 수 없었던 나는  자신을 ‘무‘로 돌리는 죽음이 유일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참된 가치가 없는 이 세상에 집착하여 바동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리석게 바라보면서  나는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이 태연히 음독을 했다.

 그러나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혼자만의 죽음의 문턱에서도 나는 자신의 결단의 그릇됨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나의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온통 자신을 뒤흔들어 놓게 될 줄이야!

그 동안 내가 철저히 배제해 왔던 분, 생명의 주인이신 그  분의 소리를 듣게 된 놀라움!

“너는 네 육신을 죽일 수 있지만 네 영혼도 죽일 수 있느냐?”소리 없이 들려오는 이 말씀은 분명,생명의 주인이시며 그 동안 나를 지켜보고 계셨던 절대자이심을 추호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에 그 놀라움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자살을 실행하면서도 눈물 한 방울 없이 태연 했었던 나였지만 이 순간 봇물이 터진 듯 터져 나온 눈물과 통곡은  놀람과 감사와 회개와 기쁨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새 생명을 얻었다.

 하느님은 나를 다시 살리셨다

 이 놀라운 사건 이 후 일 년 동안  나는 나의 잘못을 깨닫게 해주시고 다시 살려주신 절대자 앞에서 머리를 숙인 체 지난날의 자신의 무엄했던 행동에 대해 속죄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 때까지 나는 종교가 없었기에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저를 살리신  그 분께 감사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전에 맛보지 못했던 평화 속에서 기쁘게 매일을 살던 어느 날  또다시 결핵과 늑막염이라는 건강의 위기와  휴직 권고 말씀을 의사선생님으로 부터 듣게 되었다. 하지만 어떤 집착도 없었던 나는 큰 동요 없이 직장엔 휴직원을, 예정된 결혼은 미련 없이 취소한 후 ,오로지 다시 주신 생명을 소중히 보살피는 의무에 충실함으로서  한없는 평화와 여유로 매일을 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분망한 생활 속에서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나의 하느님, 생명의 주인이신 그 분을 꼭 찾아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맨 처음 찾아 나서려던 곳은 저에게 모범된 삶을 보여주신  할머니께서 신봉하던 불교였지만 미쳐 발걸음을 하지 못하던 터에 어느 날 성당의 종소리가 마음을 흔들었다. 저희 집 가까이에는 성당이 있어 종소리를 매일 들어왔으나 제게 아무런 의미도 주지 못한 종소리였는데 ,또 조카가 다니는 성당 유치원에  자주 드나들었는데도 전혀 관심 밖이었던 곳이었는데 ,이 날의 종소리는 뜻밖에도 성댱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일으켰고 그 즉시 나를 용수철처럼 일으켜 세웠다.

동시에 곁에 앉아 계셨던 이모님께서 “너 성당에 나가 보지않을 래?”하신다.

그 순간 난 ‘왜 이 성당을 잊고 있었을까?’ 여기부터 찾아보자. 진리가 이곳에 있다면 그 분도 이 곳에 계실 거야. 알아보자.‘ 이렇게 생각한 나는 부리나케 동네 천주교 신자 언니한테로 달려가서 그 언니로부터 교리서 한 권을 빌려와서는 기쁨과 기대 속에서 펴 들었다.

 그러나 진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이해될 수 있으리라는 나의 기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고, 이해되지 않는  삼위일체 교리 앞에서 온통 빗나갔으며 참으로 황당한 마음이 되었다.

하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으니 진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기에  내친 김에 성당 유치원 수녀님께로 교리서를 들고 달려갔다.유치원 수녀에게서 교리 담당 수녀이신 원장 수녀님께 안내된 나는 원장 수녀님과의 첫 대면에서 삼위일체의 교리의 설명을 요청했고  원장수녀님은 열심히 물리적인 비유를 들어 설명해주시는 동안 나는 속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다.’생각하며

말씀이 끝나자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도 안 되는 설명임을 반박하니 화가 잔뜩 나신 수녀님께서 책상을 치시며 “나도 내 나이 사십이 넘도록 이 도리를 잘 모르는데 당신이 처음 오자마자 이 도리를 알아들으려 하니 말이 되느냐?” 하시며 반 강제적으로  ‘예비자 등록이나 하라“고 등록서를 내미신다. ’그럼 이 수녀님은 자기도 잘 모르는 교리를 나에게 설명했단 말인가?...‘

나는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잠깐이나마 제가 찾던 하느님이 이곳에 계시길 기대했던 나는 실망과 함께 속으로 ‘내가 이곳에 알아보러  온 것 뿐, 다니러 왔나?‘’ 라고 발길을 돌려 성당 문을 나서는 순간이었다. 그 때 나에게 죽음의 문턱에서처럼 또다시 마음의 소리를 울려왔다.

“너는 왜 보물이 땅 속 깊은 곳에 있는데 땅 거죽만 파보다가 그냥 가느냐?”

내가 그처럼 찾고 갈망하던 그 분의 음성에 모든 의문을 넘어서 천주교를 바라보게 했고 형언할 수 없는 기쁨과 설램으로 교회에 첫 발을 딛게 되었다.

 성당에 들어가 그 분 앞에 처음으로 무릎 꿇던 날......

말로는 결코 표현할 수 없는 감격 속에 그 동안 모르고 지은 모든 죄를 용서청하며 ,목마름을 호소하면서 고향에 돌아 온 탕자가 되어 시간의 흐름을 잊고, 첫 미사의 서먹함도 의식하지 못한 체 끊이지 않는 눈물로 주님을 만났다.

 나는  이렇게 주님의 품에 , 교회의 품에 안기는 참 행복한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분의 흘리신 피의 은혜로 다시 태어난  ‘젬마’가 되어 사십이 년의 세월 속에서 한결  같으신 사랑으로 길러주시고 인도 해주신 삼위이신 하느님께 무한한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있다.

 하지만 이 크신 사랑과 자비 앞에서 늘 모자람과 불충실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죄스러움을 금할 수 없으며 이런 모습으로나마 자비로우신 주님 앞에 처음 무픞 꿇었던 날의 그 기도를 다시드린다.

‘주님, 허물투성이 저를 용서하시고 이제 남은 삶은 당신의 것이 되게 하소서.당신의 은혜. 늘 잊지 않게 하시고 저에게 베푸신 사랑과 자비가 헛되지 않게 하시며, 또다시 저와 같이 비참하게 뒹굴며 방황하는 형제들의 구세주가 되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주소서,

보잘것없는 이 작은 도구는 성모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다시 엎디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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