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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노드의 동반자 나 신부님을 기억하며
작성자장영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3-05-02 조회수677 추천수4 반대(0) 신고

나 요한 신부님을 추모하며

 

 사회 복지 주일이며 시노드의 개막식이 열리는 1차 전체회의가 있는 날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의 모임이 있는 정동에도 참석을 해야하고  오후 시간에는 이어서 시노드 회의에 참석도 해야하는 바쁜 날이기에 새벽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본다. 감기 몸살로 인해 열과 한기가 오가며 몸을 추스리기마저 어렵게 하였고 기침마저 심한 힘겨운 하루다. 오전 모임이 채 끝나기도 전 서둘러 집을 들려야만했다. 아침에 입고 나갔던 옷으로는 도무지 추위을 감당할 수조차 없던 난 옷을 먼저 갈아입는게 급선무였다. 그리고 쉼없이 쏱아지는 기침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어 그것을 가라앉히기 위해 설탕에 절여둔 생강차를 끓여 가지고 가기 위해서이다. 재빨리 차를 끓여 보온병에 담고 컵과 함께 가방에 넣는다. 시간을 보니 조금은 늦어질 듯 싶어 발걸음을 재촉해 계단에 뛰어 오르고 싶지만 이미  전철을  여러 차례 갈아탔기에 이제 그만 뛰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명동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이다. 몰아치는 세찬 바람과 진눈개비가 두 볼을 때리곤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다. 순간 살을 에는 듯한 고통과 아픔을 뒤로하며 발걸음을 다시금 재촉해 본다. 명동성당을 가기 위해 로얄 호텔 맞은편 주차장 앞을 오르는 순간이다. 119차와 함께 경찰관 몇몇이 그 길을 가로막고 돌아가라는 것이다. 무슨 일일까? 혹 안전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라는 궁금한 마음과 함께 ’시노드가 시작이 되었을 텐데’ 라는 두 가지의 생각이 스치며 지날 때 길바닥에 쓰러져 누워있는 한 남자를 본 것이다. 시계를 보는 순간 4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순간  세찬 바람이 또다시 휘몰아치며 가슴 속까지 퍼부어 댄다. 그 남자의 넓은 가슴 위에도 진눈개비가 내려앉는다. 길바닥은 내린 눈이 녹아 온통 물로 변해 질퍽거리며 흘러내리고 있다. 하늘은 어둠으로 물들어 가고 날씨도 꽤나 추워져가는 시간이다. 젖은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 가는 그가 불쌍해 발걸음이 떼어지릴 않는다. 그런 그의 가족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무엇을 하던 사람일까? 이곳에서 쓰러져 죽어가는 그는 누가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며 참으로 안됐다는 마음에 그를 바라본다. 쓰러져 죽어 가는 그의 머리 맡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에게 손을 가로 저으며 싸인을 보내고 있어 그에게 희망이 없음을 느꼈다.

 

 안타까운 마음을 붙잡고  누워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가 한없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방금 전 심장 맛사지를 했는지 가슴 위로 옷이 올라가 있고 하이얀  속 살만이 바라다 보인다. 그는 손도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그리고 두 다리는 명동성당 쪽을 향해 쭉 뻗은 채 가리런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것이다.  남루하고 허름해 보이는 검정색 바지와 낡은  검정색 가죽 구두는 그가 가난하게 살았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 싶었다. 그런 그의 갑작스런 사고에 의식이 있을리 만무인데 차갑고 싸늘한 길바닥에서 죽음을 향해 식어가고 있건만 너무나 평온해 보이는 가운데 자세 또한 가지런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누워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그의 모습 안에서 진한 향기가 품어져 오는 것이다. 얼마나 비우며 살아왔을까? 그의 정신이 한 몸에 엿보이는 순간이다. 일상의 삶을 어떻게 살았기에 가난하게 보이는 저 남자의 모습이 저다지도 아름다워 보일까? 또 고귀한 자태와 흐트러짐 없는 저 모습은 어디에서 왔을까? 혹 신앙은 가졌을까? 라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다보는데 강한 하느님의 현존과 함께 가슴속에선 성령의 뜨거움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도가 솟구쳐 나오며 임종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낡고 허름한 바지와  구두가 자신의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지켜주었을 삶의 애처로운 수고의 순간들이 많았을 그를 바라보면서어 눈물이 이슬로 맺혀진다. 그 짧은 순간 아름다운 그의 임종의 모습 앞에서 많은 교훈들이 얼어붙은 내 가슴 속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망자을 위해 하느님 자비에 맡기며 기도를 하는 순간이다. 그가 신고 있던  낡고 허름한 신발에서 광채가 나오는 듯한 아름다움이 엿보일 때 저 발로 얼마나 많은 수고로운 인고의 삶을  살아왔을까? 라는 생각에 내 가슴속은 더욱 더 뜨겁게 달아오르며 성령으로 충만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은 혹 시노드에 오신 성직자, 평신도 중 한 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몇 발을 떼려는데 청년 한 사람과 사제가 내 앞을 지나 급히 뛰어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은 안심이 되어 시노드에 참석을 하였다.

 

 1부가 끝난 7시쯤 사회자의 안내가 들려온다. 시노드에 참석하러 오신 호평동 본당 신부님께서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다는 것과 방금 지하성당에 안치되셨다는 말이 흘러나오며   문화관에 저녁겸  간식을 하고 다시 2부에 오라 한다. 먼저 지하성당을 들려야겠다 싶어 내려가는데 강남 성모병원 구급차가 막 떠나려는 중이다. 지하 성당 안으로 들어설 때 일을 준비하시는 몇 분만이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시간이 다소 지났건만  가족들은 여전히 한 분도 보이질 않는다. 신부님의 시신만이 침대차 위에 혼자 놓여져 있고 시노드를 오던 길에서 보았던 그 남루하고 허름하던 그 차림 그대로 여서 얼른 알아 볼 수가 있었다.

 

 다음 날 27일 월요일이다. 신부님의 성함도 모르던 난 시노드 수첩을 찾아서 알게 되었다. 어제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떠올라 두터운 옷을 입고 명동성당을 향해 연도를 하러 간다. 어제와는 다른 지하 성당에 발을 디딜 틈조차 보이질 않을 정도다. 때마침 입관예절을  하는 시간이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가족도 없어 보이는데 여기저기서 흘쩍이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궁금증이 생긴다. 도대체 어떤 관계이며 어떤 신부님이셨기에 저토록 슬퍼들할까? 분명 훌륭하게 사셨을 거야! 라고 생각으로 예절을 마치고 나올 때 몇 분의 자매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참으로 훌륭하신 신부님이셨다며 저마다 안타까워하며 칭찬들을 아끼지 않고 계셨다.

 

 사회 복지 주일에 시노드 사회 사목 분과에 참석하러 나오신 나 요한 신부님은 당신의 세례명처럼 시노드의 개막식이 있던 날 복음 속에 나오는 제자 요한처럼 그는 예수님을 따라 나서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그물이며 아버지마저 모두 배에 남겨 둔 채 먼 나라인 이 곳  한국에 닻을 내렸다. 자신이 사목을 한 많은 곳에서 꽃을 피우고 하늘나라시민들을 예수님 앞에 불러들이기 위해 쉼 없는 낚시질을 평생하신 것이다.

 

 무의식에서 드러나는 모습이 참 삶을 말해 주듯이 가난한 나 요한 신부님께서는 자신이 쓰러진 그 곳에서  당신 삶의 진정한 결론을 아무런 말도 없이 모든 이들에게 보여 주었으리라 여겨진다.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로 그리스로인으로 복음을 전파했던 그의 발자욱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한 알의 밀알로서 이 땅에서 썩어주신 고마우신 신부님께 감사하고 또한 그 신부님을 이 땅에 보내주신 성 삼위께 보다 더 큰 감사와 영광을 드리며 오늘도 나 요한 신부님을 기억하며 이 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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