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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문장군의 임기웅변
작성자박용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29 조회수725 추천수0 반대(0) 신고

문 장군의 임기웅변

 

 문 바오로 회장은 권 신부를 모시고 다른 공소에 가다가 산길에서 많은 포졸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이때 문 회장은 무턱대고 신부를 끌고 길도 없는 산으로 올라가더니 새로 쓴 묘에 가서 통곡하며 성묘를 한다. 이것을 본 포졸들은 자기들이 잡으려고 찾아다니던 양인을 효자라고 칭찬하며 지나간다. (윤의병신부지음「은화」하권 9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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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신부는 가을 공소를 일찍 치르기로 하여 강 신부는 경기도를 맡고 권 신부는 문 회장이 배정한 대로 충청도를 전교하기로 하였다.

권 신부는 문 바오로 회장을 데리고 길을 떠났다. 문 회장은 완력이 세어 문 장군이라는 별호가 있고, 또 임기 웅변이 놀라워 변통 생원이라는 별호까지 겸하여 듣는 인물이다.

어디를 가자면 큰길은 위험하므로 산골길로 공주 땅을 향하며 밤길을 나셨다. 큰 고개를 넘어 몇 십리를 가니 날이 활짝 밝고 해가 동천에 떠오른다. 보통 행인은 어두운 길을 더듬다가 이렇게 밝은 아침해를 맞이하면 마음이 놓이고 든든하겠지만 이런 행인들은 해가 일찍 떠오르는 것이 훼방꾼처럼 원망스럽다. 그래서 낮에는 산중에 들어가 은신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갈까 생각하였으나 밤새도록 길을 걷고 하루종일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고 숨어 있다가 또 밤길을 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저기 큰 동네가 무슨 동네라 하오?”“저기가‘안내’장터입니다."

“그러면 여기가 목천 땅이구려!”“예, 그렇소이다.”

농부는 아무 관심 없는 얼굴로 이렇게 대답하고 쳐다보지도 않고 그대로 지나간다. 우선 안내 장터에 가서 요기나 하고 볼 요량으로 신부 일행은 그곳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조그마한 산등성이를 하나 넘고 보니 그 밑에서 마주 올라오는 포졸이 보인다. 맨 앞에 오는 놈은 홍사 사리를 걸머지고 그 뒤로는 7, 8명이 따라 섰다. 아침 해장을 하였던지 유쾌한 기분으로 떠들어댄다. 그러니 얼마나 난처한가! 뒤로 돌아 갈 수도 없고, 옆으로 갈림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대로 마주치면 실랑이를 당하고야 말 것은 틀림없다. 문 회장은 사방을 한번 둘러보더니

“이리 따라오십시오.”

하고 길을 내버리고 산비탈로 접어든다.

“거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신부는 가만히 이렇게 물어 보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를 따라 나섰다.

“염려 마십시오!”

문 바오로는 이렇게 간단히 대답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거진 풀을 헤치고 가더니 우뚝 선다. 그 앞에는 장례를 지낸지 며칠 안되어 보이는 무덤이 하나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지팡이를 두 손으로 짚고서 죄인을 따라 곡하십시오.”

하고 문 바오로가 먼저 허리를 굽히고 곡을 시작하였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신부의 어깨는 들썩거린다. 낯모르는 무덤 앞에 곡을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는 바로서, 너무도 기가 막혀 페롱 권 신부는 웃음을 참느라고 어깨가 들썩거리지만 그들을 노려보던 포졸들은, 그 상주가 슬피 통곡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 그 사람들 참 효성이 놀라운 걸! 이른 아침에 와서 성묘를 하니."

“거, 누가 아들은 준수하게 두고서 효도를 더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나."

포졸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지껄이면서 그 옆을 지나 산등성이를 넘어갔다. 문 바오로가 먼저 허리를 펴면서

“상주님! 그만 우십시오. 너무 슬퍼하는 것도 삼가야 됩니다.”

하면서 씩 웃는다. 신부도 허리를 펴고 사방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허! 그것 참, 변통 생원이로군! 난 이번엔 꼭 무슨 일이 날줄 알았네."

“그럼, 어서 가셔서 요기를 하여야지요.”

일행은 안내 장터를 향하여 급히 걸었다. 조용해 보이는 객주 집을 찾아 밥 두 상을 청한 후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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