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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평선교사의 편지
작성자김영애 쪽지 캡슐 작성일2003-10-14 조회수969 추천수4 반대(0) 신고

경애하는 주교님께

안녕하세요? 먼 남미의 에콰도르에서 인사 올리는 김 영애 소화데레사입니다.

20세기 마지막으로 주교님를 뵙고, 21세기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선교라는 명목으로 이곳으로 온지 벌써 3년가까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왕좌왕 지낸 선교지에서 주교님의 말씀이 늘 가슴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저희들을 기억하실 수 없지만 평신자가 선교를 한다고 먼 나라로 떠나올 때 인사를 간적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지 인사를 올리기 위해서 갔지만, 혹시 격려를 원했는지도 모르지요!, 주교님께서는 너무나 부정적인 안목으로 저희들을 대하시고 평선교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극단적인 말로 평선교사가 외국에 나가서 죽을 쑤고 있다, 혹은 외국에 나가면 다 선교사인가?

맞은 말씀 같았어요. 전 교구에서 파견하지도 않았고, 선교 신학원에서도 공부하지않았으니 모두가 자격없고 형편없는 선교사로 생각되어지지만 그 당시로서는 참으로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늘 성서를 읽을 때마다 불탔던 가슴을, 어렵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렇게 행동으로 옮겼는데 모두가 반대를 하니 저로서는 경험하지 못한 선교를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몰라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선교지에서 그래도 3년을 살면서 선교라는 물길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올 때마다. ‘그래 죽은 쑤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한국사람이 이 남미의 문화를 적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로마보다 더 로마적인 한국의 가톨릭을 알고 있는 저로서는 문화와 결합된 축제적인 가톨릭을 받아들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한국의 일부 불교가 민간신앙이 되어있듯이 말입니다.

주교님,

오늘 제가 이렇게 편지를 올리는 것은 한국에서는 보이지않는 평신도가 자신이 가지고있는 작은 달란트를 가지고 열심히 선교에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고, 평신자 선교사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환경과 문제에 대해서 감히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에콰도르는 지금 개신교가 활발하게 선교를 하고있지만 대부분이 가톨릭신자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전 과야낄 교구에 속한 베드로 까르보(PEDRO CARBO) 읍의 SAGRADO  CORAZON  DE  JESUS 성당의 공소 VALLE  DE  LA VIRGEN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한 4000명이 되는 혼혈주민이 사는 곳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신부님께서 미사를 들어오시고, 전 이곳에서 원주민과 함께 살면서 가정을 방문하고 가까운 5개 공소를 이곳 레지오 단원이나 청년들과  함께 방문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미 선교 500년을 맞이하고 있는 이곳에서 무슨 선교를 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자발적인 신앙쇄신을 위해서 다시 500년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유럽 선교사들만 보아온 이들에게 선교사는 부자라는 생각, 자신들이 하지않아도 모두가 선교사가 한다는 의존적인 생각, 성당을 권위적으로 알고 있지만 실지적으로 신부나 성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신뢰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그래서 6개월이 지나니 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이 줄어들었고, 제가 이야기하는 것에 신뢰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교리교사를 양성하여 견진교리와 첫영성체를 준비시키고, 주기적으로 임원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는데 아직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문화 속에 들어있는 즐기는 것 이외의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지지 않으면 신앙은 늘 축제의 그늘에서 살아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가 태어나면 대부분 유아세례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첫영성체와 견진성사는 아직 요원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소를 방문하다 보면 성호를 긋는 것 조차 부끄러워하는 어린이도 많은 것을 볼 수가 있었어요.

외국의 선교사가 이들의 문화 속에서 무엇을 가르치는 것은 많은 시간 이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원주민 청년들에게 신앙을 심어주고 연속적으로 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면 앞으로 남미의 가톨릭교회가 자발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선교에 대해서 탐색을 하는데 3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인 선교를 해야 하는데

부족한 평선교사가 가야할 길이 보이지않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나왔으니 개인의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 원주민의 자발적인 프로그램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에 대한 경제적인 문제, 처음 가졌던 열정을 유지시킬 수 있는 개인적인 영성지도, 주변 사람(가족, 사제, 평신도)들의 인식변화 등 많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그래도 남미에서는 선교하시는 사제, 수사, 수녀, 평신자 선교사들이 모여서 매년 총회를 합니다. 올해로 벌써 5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볼 수 없고 세계에서도 처음인 것 같은 미래지향적인 모임입니다.

이 선교모임에서 저는 선교에 대한 객관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고, 또 처음으로 평신자 선교사는 에콰도르에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시고 계셔서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경애하옵는 주교님,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 평신자들의 신앙도 국소적 나눔이 아니라 넓은 곳을 향하여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음 선포는 특정 사람의 몫이 아니라 세례를 받은 모든 사람의 의무라고 들었습니다.

더불어 주교님께서 생각하시는 평신자 선교사의 실패가 단순히 자질이 아니라 형성되지 못한 교회문제에도 있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휴가 때가 되어 한국에 나가면 다시 한번 주교님을 차ㅊ아뵙고 싶습니다.

늘 흠모했던 주교님께 어렵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많은 평신자 선교사가 배출되어 앞으로 우리 교구가 활동할 북한 선교에 대한 준비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하여 봅니다.

저의 아버님의 고향도 이북 의주입니다. 저의 희망도 어느날 아버님의 고향에 가서 활동할 수 있기를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미 선교사모임을 앞두고 평선교사로서 3년간 무엇을 하고 느꼈는가 누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 자문하다가 한국의 떠나기 전 들었던 말씀이 생각나서 두서없이 편지를 올립니다. 저의 편지 글에 노여움을 가지지않으시기를 기도하면서, 말씀이 섭섭하기도 했지만 어려운 고비마다 저에게 가시가 된 것을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로 인하여 다른 평선교사에게 누가 되지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끔씩 접하는 가톨릭신문에서 건강하신 주교님의 동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발전하는 교구가 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저의 편지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서,

김영애 소화데레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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