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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나님은 하나님이신 것을" 중에서
작성자고한영 쪽지 캡슐 작성일2004-06-17 조회수1,142 추천수4 반대(0) 신고

가라! 세상으로!

 

 

신학대학교 2학년 때 12월의 어느날이었습니다. 그날 하루종일 슬프고 서럽고 괴로웠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을 받으면서도 이러한 지적인 혜택은 가진자들만의 축복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나의 빈곤함을 한탄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지긋이 도서관에 앉아 몇시간씩 시간 가는줄 모르고 책도 읽고, 읽고 싶은 사고싶은 책 돈 걱정없이 원없이 사서 읽어 보고 싶고, 부모님이 주신 넉넉한 용돈으로 300원 짜리 사발면이 아닌 밥과 국이 있는 식사다운 점심도 사먹고 싶고, 하여튼 부러운 것,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빚 독촉하러 온 조폭 같은 남자로부터 얼굴에 손자국이 깊게 패이도록 얼얼하게 따귀를 얻어맞고 아버지의 행방을 알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우격다짐으로 멱살을 쥐고 흔들어 내 목이 컥컥 걸리도록 휘둘리고 땅바닥에 내팽개쳐져서 정신이 오락 가락 할 정도로 넋이 빠져 학교에 왔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가 귀에 하나도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이대로 살아서 뭐하나" "그냥 콱 죽어 버릴까"

"죽으려면 어떻게 죽어야하나" 그런 생각만 머릿속에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 과외 아르바이트를 두 타임 뛰고 오면서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좋은 아파트에서 돈 걱정 없이 살건만 나는 내가 버는 돈도 온전히 쓰지 못하고 이자(빚은 여전히 그대로이고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의 가치로 3부 5부 고리대금 사채를 빌렸다보니 이자만 300여만원이 넘었음) 갚는데 써야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확실히 믿지만 내가 당해야만 하는 물질적 어려움과 사람들이 바라보는 멸시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술을 전혀 마시지 못했던 나는 부평역에서 내려 죽을려고 호주머니를 털어 그때 돈으로 1300원짜리 관광 소주를 한병 샀습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 친구들이 졸업 축하하는 자리에서 나는 술 먹으면 안된다고 그렇게 거절하는데도 장난끼로 내게 조금만 맛만 보라고 해서 소주 병을 딴 뚜껑에 아주조금 소주를 따라 먹고 그대로 고꾸라져 기절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나에겐 술이 쥐약같은 독약이나 매한가지입니다.

 

나에겐 독약같은 독한 술 먹고 내 어깨에 걸쳐진 온갖 세상 근심걱정 다 털어버리고 죽어버리자 결심이 섰던 것입니다. 소주병을 입에대고 한 입가득 소주를 부어 넣습니다.

 

속이 메스껍고 토할것 같았지만 관광소주 한병을 약봉지 털어놓듯 한입에 벌컥 벌컥 들이키고 어둑해진 논길을 비틀거리며 혼미한 정신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위가 녹아내릴 듯 속이 뒤틀리고 오장육부가 뒤집어질 듯 화끈거리며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용의 입김처럼 크윽하고 올라오고 머리가 터져나갈 듯 아파옵니다.

 

종점에서 우리 집까지는 불빛없는 논길을 20여분 걸어 들어가면 인가가 없는곳에 덩그라니 한채의 집이 있었습니다. 논길을 걷다보니 점 점 다리가 풀리기 시작하더니 세상이 다 흔들리고 미친 듯 나를 따라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집으로 가는 불빛도 인적도 없는 얼어붙은 논길에 뱃속의 내장까지 다 쏟아져 나올 듯 수십번 구토를 하며 점점 기억이 가물가물해집니다. 인생이 이런 것이라면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집 가까이에 도착해서 지붕만 간신히 베니어 합판으로 얹은 농막 창고 앞에 머리를 땅바닥에 곤두박질 치듯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잠이 들자마자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머리를 얼어붙은 땅바닥에 부딪히자 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 땅바닥이 환한 빛을 발하며 대문처럼 활짝 열리며 너무도 강렬해서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는 환한 빛이 나에게 비쳐 왔고 예수님이 나의 손을 붙잡으시며 웃으셨습니다.

 

그러시며 내 어깨를 다독거리시며 "내가 네 마음을 안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에 마치 성능좋은 초강력 전기 청소기의 엄청난 공기 압력에 흡입되어 빨려 올려 가듯이 도착한 곳은 천국이라는 곳이었습니다.

 

몇날 몇일 동안을 천사의 안내를 받으며 여러 곳을 둘러보았는데 그곳은 천국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아름답고 눈부신 광경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는데 나는 예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서 그냥 살래요! 세상으로 내려가긴 싫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빚 독촉쟁이들이 내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뜯어잡고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써보지도 못하고 다 퍼주는 이자와 내가 평생 벌어도 못 갚을것같은 천문학 숫자같은 억대의 감당할수 없는 빚들과 죽고싶은 아니 죽고 싶게 만드는 고단한 현실들이 나를 굶주린 늑대들처럼 누런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수님, 그냥 여기 천국에서 살게 해주세요" 하고 예수님 옷자락을 붙들고

"예수님, 다시는 저 고통과 눈물이 마르지않는 지옥같은 세상으로 돌아가긴 싫어요" 하며 떼를 썼습니다.

 

그때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세상에 육신을 입고 내려가 그곳의 사람들을 위하여 고통을 받았단다."

"그러니, 너도 내가 그곳을 사랑하고 그곳에 간 것처럼 가야 한단다"

 

"네가 참 내 제자가 되려면 너도 세상으로 가야 한다." 라고 하시며

"가라 세상으로" 하시며 내 손을 힘껏 잡으셨습니다.

 

그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무엇인가에 다시 빨려오듯이 다시 내가 자고 있던 창고 앞 땅바닥으로 돌아왔습니다.

 

12월의 살을에는 추운 날씨에 온 바닥은 땡 땡 얼어 붙어 있었지만 소주먹고 실신해 얼어 죽었어야 할 나는 따뜻한 온돌위에 두터운 이불을 덮고 자다 일어난 사람처럼 몸이 얼어있지도 않았고 멀쩡히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잠이 깨서 눈을 뜨는데 그날은 토요일 오전이었고 내 눈동자 위로 12월의 겨울이었지만 찬란한 태양의 강력한 햇살이 눈이 멀도록 눈부시게 내 눈으로 비쳐 들어왔는데 그때서야 단순한 꿈이 아니라 하나님이 보여주신 소명적인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광소주먹고 인생을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다 죽을려고 한겨울의 얼음바닥에 엎어졌는데 주님은 나를 사랑하셔서 천국 관광 두루 시켜주시고 소명주시고 세상속에서 살아갈 참 의미를 내 마음 밭에 따스하게 심어주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린 세상속으로 파송받은 하나님의 일꾼들입니다.

세상을 회피하고 죽어서 하늘나라 천국만을 소망할 것이 아니라 고통과 눈물의 세상 속에 파고 들어가

 

주님이 명하신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오늘도 가라! 세상으로! 명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 "하나님은 하나님이신 것을" 책 내용 중에서 발췌해 소개합니다.-

 

 

{책제목: 하나님은 하나님이신 것을, 출판사:천우, 저자:고한영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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