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앙회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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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4-12-05 | 조회수919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답답한 속을 터놓을 수 있는 대상은 사람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 떠도는 외국생활에서 그런 대상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남의 잘못에 대해서 가차없이 질타가 쏟아지는 사이버 공간에 울적했던 마음을 앞 뒤 생각 없이 올렸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비판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매서운 눈초리를 가진 사이버의 공간의 위력을 잠시 잊었던 것입니다. 곧 사막을 걷는 듯한 메마름이 엄습해왔습니다.
다시 이성을 찾았을 때는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바로 간접적인 질타를 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애써하던 신앙생활 몇 십 년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듯 했습니다. 믿음으로 완전 무장된 사람이나 웬만한 강심장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상황에서 괴로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약한 믿음을 자책하는 탄식이 창문 밖을 넘나들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은 반성하고 후회하며 괴로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달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촌 60억 인구 중, 몇 백 명만이 그 글을 읽은 것도 다행이다. 바쁜 세상에 남의 단점이나 실수를 비웃어 줄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자기 잘못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하며 스스로를 달래다보니 차츰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이런 좋지 못한 선택의 결과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고민해야 했습니다. 분수를 알라는 겸손을 가장한 사탄의 속삭임, 이제 손도 쉬고 발도 쉬고 싶지 않느냐는 끈질긴 안위의 유혹, 사람을 기피하고 혼자 있고 싶어지는 절대고독에의 동경, 심지어는 너는 교회의 가라지라고 윽박지르고 빈틈만 조금 보여도 어느 새 사탄은 영육을 비집고 들어와 온갖 유혹으로 사람을 갈팡질팡하게 만들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악의 속삭임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이런 유혹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치열한 영적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끊이지 않던 새벽기도 시간에 들려오는 주님의 음성을 자주 듣곤 했습니다. 그분은 이미 그 어 떤 잘못도 용서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죄를 회개하면 용서받는다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안해하며 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통해 들려주신 한 말씀! 네가 내 뜻을 따라 살기만 하면 제가 세상을 떠나는 날 당신이 저를 데리러 오신다는 것입니다. 선뜻 받아드리기 어려운 말씀이었습니다. 온갖 실수. 잘못된 선택으로 위축되어 있는 제게 그 약속은 참으로 수용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주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며 복음에 비추어 묵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는 늘 깨어 기도하라는 말씀으로 믿었습니다. 다시 예전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권고의 말씀으로 믿었습니다. 폐허가 된 내 영혼을 재건해야할 책임을 가하시는 말씀이라고도 믿었습니다. 이제 성숙한 모습으로 품위 있게 늙어가라는 권유의 말씀, 불필요한 물질과 명예욕를 버리고 은총으로만 살라는 축복의 말씀이라고 믿었습니다.
이 묵상을 통해 얼마나 많이 회개할 일들이 등장을 하는지,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이런 참된 회개를 통해 축복이 삶 안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더불어 나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한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나를 부각시키려던 세상 모든 일이 시시해져가고 있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제가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으로부터 제가 죽어 가는 만큼 위에서 내려주시는 기쁨은 큽니다. 이는 세상이 주는 기쁨과 비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이런 변화는 저와 하느님과의 관계, 저와 저의 관계, 저와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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