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점쟁이가 권한 연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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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5-01-14 | 조회수1,824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딸이 출국하기 전에 아버지 성묘를 가야겠다고 랜드카를 예약하려 했다. 그러나 나는 만류했다. 이 추위에 죽은 사람인들 딸과 마누라가 오들오들 떨면서 그늘진 산골짜기를 다녀가길 원하진 않을 것이기에, 딸에게 성지에 가서 연미사를 드리 자고 권했다. 그러는 게 아이들 아버지의 영혼도 기뻐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절두산 성지에 갔다.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일주일 내내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미사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사시간 20분전에만 가면 그날그날 드릴 미사 신청도 받는다. 나 역시 급하게 미사드릴 일이 있으면 가끔 성지에서 연미사나 생미사를 드리곤 한다.
미사가 시작되었다. 대개 3시 미사는 손님 신부님이 드리시는데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시는 신부님의 음성을 들으니 우리본당의 보좌신부님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딸도 신부님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귓속말로 "왜? 우리를 따라 다니시는 거야"하며 피식 웃는다.
여전히 씩씩한 모습, 힘찬 목소리로 강론 시작부터 사람들을 웃기셨다. 그런데 마지막 신부님이 하신 이야기가, 믿고 당신의 뜻을 따르기만 하면 성령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신다는 체험을 하게 하셨다. 하필 딸이 저이 아버지 연미사를 드릴 때 이런 이야기를 신부님으로부터 들은 것이다.
실화라고 하셨다. 한 천주교 신자가 점집를 찾아갔다고 한다. 점을 치기 시작한 점쟁이가 대뜸 하는 말이 시부모 귀신이 구천을 떠돌아서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천주교 신자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는 대답하기를, 방법이 있다고 하며, 얼른 성당에 가서 연미사를 드리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웃지 않는 신자가 없었다. 나도 웃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미사 중에 충분한 묵상 거리가 되었다.
성령이 주신 감동으로 채워진 가슴은 성당 밖의 찬 기운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음도 봄 날씨다. 성당 언덕배기를 두 손을 꼭 잡고 내려오는 딸과 내가 두고 두고 기억 될 은혜로운 미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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