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실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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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봉순 | 작성일2005-07-12 | 조회수1,540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실수 나이를 먹어가니 실수가 잦습니다. 모처럼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체면이고 뭐고 없습니다. 그들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수다를 떨다보면 해서는 안 되는 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돌아서는 순간부터 후회를 합니다. 이때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한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결국 자책거리를 만드는 신체 1호가 입인 셈입니다. 젊어서부터 꿈꾸어오던 것 중 하나가 고상하게 늙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선 나이 먹으니 옷의 색깔부터 대담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입으면 화사해 보이는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나이에 자유라는 축복을 주시는구나!’ 감탄했는데, 차츰 세월이 가니 이 또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날이 갈수록 말이나 행동이 천박해지니 외모까지 그렇게 변해가는 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뭔가 부족한 사람들의 감정배설 창고를 몇 개씩 가슴에 달고 다니시는 신부님과, 처음 보는 어린 수사님 앞에서 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안 해도 될 말을 하고 부끄러워 고민을 하다가 맘 통하는 친구에게 늦은 시간 전화를 걸었습니다. “ 이 인간이 왜 이렇게 맛이 가는지 모르겠어?” “ 푼수야! 푼수!” “ 옛날 나 어디 간 거야.” “ 돌아가고 싶어, 말없고 자존심 강하던 그 때 그 시절로.”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 어제 나도 그랬어.” 그리고 외치는 구호! 각성하라! 각성하라! 늦은 밤, 한바탕 웃음 잔치가 끝난 후 둘이 내린 결론은 “ 그래도 어린아이 되어가는 지금 모습이 좋아.”였습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 갈수 없다는 주님 말씀으로 큰 위로를 받은 이 밤, 사랑하는 주님은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멘. 2005. 7.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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