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절두산 성지 도보 순례기-순교자의 가상 체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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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재환 | 작성일2007-09-18 | 조회수1,04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절두산 성지 도보 순례기-순교자의 가상 체험
서초3동 성당 본당의 날을 맞이하여 9월15일 본당에서부터 절두산 성지까지 도보로 순례를 하였다.
마침 태풍 소식이 있어 전 날 걱정을 많이 하였으나 당일은 쾌청한 날씨로 걷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다.
아침 7시 반 부터 순례를 시작하였고 한강 둔치공원까지 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젖었다. 연세가 지긋한 자매님 형제님들이 제법 빠른 걸음으로 속보를 하였으나 매일 1시간이상 직장과 숙소를 걸으며 단련되었다고 자부하였고 퇴근 후에도 헬스클럽에서 30분 이상 워킹운동을 하였던 바 얼마든지 앞서간 분들보다 더 빨리 갈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서초본당에서 15년간 신자생활을 하다 전입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교우들과 낯이 설고 대화할 분들도 그리 많지 않아 혼자 묵주를 꺼내 들고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걸었다.
반장님을 통하여 모자와 스카프, 등산용 방석 떡과 바나나, 생수 등 나누어 준 준비물을 준비하신 모든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고 각 구역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길게 늘어선 도보 행진은 일반인들이 보아도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았으리라 생각하였다.
지하도마다 교량마다 청년 교우들이 서포터즈로 길 안내를 하면서 인사를 건네 오는데 참으로 수고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빈틈없이 준비한 신부님께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한강변에 이름 모를 아기자기한 꽃들을 보면서 상쾌한 기분으로 한걸음씩 걸으며 이런 생각 이 문득 들었다.
이 길을 걸으며 순교자 분들이 절두산 처형장까지 끌려간다는 생각을 하여보자. 그 분들이 그 당시 어떤 마음으로 배교를 하면 살 수 있는 길을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끌려 갈 수 있는지 그 상황을 생각하며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아보자.
그러자 상쾌한 마음이 가시면서 고문으로 얼룩진 헝크러진 머리와 상처투성이 몸을 이끌고 끌려가고 있는 순교자들이 생각나면서 등에는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였다.
불과 몇 시간 뒤에는 절두산에서 강물에 빠져 죽거나 형구에 목을 매어 당겨져 죽거나 망나니의 칼에 목 베여 죽을 운명에 처한 순교자들의 의연한 죽음을 맞이하는 긴 행군.........
천천히 그리고 아주 또렷하게 묵주기도를 바쳤다. 3시간 동안 걷는 긴 거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고 시간에 비례하여 100단정도 바칠 수 있는 묵주기도가 성지에 다다를 때까지 20단을 채 못 바치고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성모상 앞에서 20단 중 마지막 1단을 바쳤다.
김대건 신부님 동상 앞 잔디밭에서 거행한 미사 시간 내내 순교자들의 처형을 생각하였다. 망나니들과 포졸들이 갖가지 형구를 들고 처형을 대기한다고 생각하였더니 나도 모르게 성가를 목청껏 불렀고 사도신경을 바칠 때는 있는 목청을 다 내어 큰소리로 바치게 되었다.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발악을 하는 것 같았다. 주님의 기도를 성가로 부를 때는 어느덧 눈가에 알 수 없는 눈물이 고였고 더 이상 목이 메어 성가를 부를 수가 없었다.
아! 나는 정말 그 분들처럼 순교를 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자리에서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망나니의 시퍼런 칼날을 두려움 없이 주저함 없이 받을 수 있을까?
죽음을 대기한 긴 줄 앞에 먼저 처형당한 교우들의 시체를 보면서 차례를 기다릴 수 있을까?
나는 진정한 크리스챤인가?
만감이 교차하면서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졌고 망설임이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 죽음도 삶도 모두가 주님께서 주신 것이다. 내 한 몸 순교를 하여 작은 밀알이 된다면 이 자리를 피하지 말자. 역사에 남지 못하더라도 지나간 모든 잘못을 회개하고 하늘나라로 기꺼이 가자. 순교자의 정신을 이어받고 미련없이 생을 마감하자.“
마음이 차분하여지고 두려움이 없어졌다.
신부님의 강론이 돌아온 탕자에 대하여 말씀하시면서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은 아버지의 기쁨을 찬찬히 말씀하셨다.
나 역시 돌아온 탕자였다. 지나간 모든 잘못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항상 용서하시는 주님의 사랑이 너무도 크고 무한함을 느꼈다.
이제 새로운 신자로 다시 시작하자 순명과 절제 기도와 선교로 그리고 깨끗한 생을 살아보자.
참으로 뜻 깊은 성지순례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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