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제가 만난 하느님(1)
작성자조기동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3 조회수2,004 추천수4 반대(0) 신고
제 소원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었습니다.

어느날 미사전 제가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었는데

수녀님께서 저에게 오셨어요.

그 때까지 저는 일요일에 미사나 겨우 참석하는 열심치 않은

신자로서 수녀님의 수도명도 몰랐습니다.

" 형제님 이 할머니를 화장실에 모셔다 드리세요."

저는 얼떨결에 할머니를 부축하고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할머니는 걷는 것도 몹시 힘들어 보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저는 할머니를 업었습니다.

갑자기 등이 뜨뜻해졌습니다.

할머니께서 참지 못하고 똥을 싸신 것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도착해 큰 덩어리를 털어내고 씻었지만

할머니 옷에도 제 신사복에도 똥이 너무 많이 묻어있었습니다.

"나 집에 갈래"

저는 할머니를 업고 성당을 나왔습니다.

성당밖에 주차해 놓은 제 차로 갔습니다.

신문지를 깔아 똥이 조금이라도 덜 묻게 신경을 썼습니다.

하지만 차 안은 똥냄새가 그득했습니다.

묻고 또 물어 마침내 할머니가 사시는 다가구 주택에

도착했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을 뵈었습니다.

지극히 부드럽고 편안한 얼굴이었습니다.

마치 "나 너에게 감춘것 없다"고 미소지으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마음이 편했습니다.

묻을 것은 다 묻고

볼것은 다 보았으니까요.

"할머니 살펴가세요"

집앞에서 얼른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습니다.

자식들이나 동네사람들과 혹시 마주치면

계면쩍어 하실까봐서.

며칠 후 수녀님께서 조그만 카드를 주셨습니다.

" 형제님께서 하신 일은 주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

성 빈첸시오 축일에"

( 수녀님, 그 분께서 이미 갚아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소원대로 그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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