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황당한 일
작성자최종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31 조회수2,209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화장, 2지역 신자의 장례식장에 갔다.
가는 동안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저의 능력으로가 아니라
주님의 권능으로 저들의 마음을 돌이키시어 천주교회의 전례대로 장사케 하소서."
상가는 측백실이란다. 이층 서쪽방이다. 처음 상주를 만나 인사하고, 우리가 온 목적을 말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천주교회의 전례대로 하면 미신적인 것만은 빼고 보편적인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습은 인정하여 받아들임을 이야기 하였다. 미신적인 것이라면 타 종교의 모든 의식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일단은 천주교회의 전례를 받아들이면 타 종교의 의식은 사절한다고 답하니, 매우 난처한 마음을 들어낸다.
맏상주는 불교신자, 둘째상주는 남묘호랑계교, 세째는 무종교란다.
이 곳에 여러 종교를 가진 상주들이 있으나 장례예절은 한 가지로 하여야 마땅하지 않겠느냐고 하니,
자기들끼리 난상 토론이다. 망자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면 우리가 여기에 올 까닭이 없음을 아는 그들이면서도
둘째 상주의 완강한 고집은 꺾일 줄을 모른다. 잠시 후 자칭 개신교 목사라는 노년의 부인이 말한다. 망자의 사촌 동생이란다. "첫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천주교 신자이다. 이제 돌아가신 분은 그만 두고라도 현재 살아계신 어머니가 그 다음이신데 어머니가 천주교신자일 뿐 아니라 천주교회식 장례를 원하시니, 어머니의 뜻대로 천주교회식으로 함이 마땅하다. 여러가지 종교의식을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고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분들의 말씀대로
천주교회식 예절로 장례를 모시도록 함이 좋을 듯하다."고 말하니
세째가 나서서 이에 찬성하며 난상토론 긑에 어렵게 천주교회 예절로 장사하게 되었다.
두 차례 연도하고 나니 오후 9시다. 이튼 날,
 이날은 주일이고, 오전 9시에는 우리 쁘레시디움 주회합임에도 불구하고 부단장에게 일임하고
아침 일찍 8시 40분에 입관식을 하였다. 2지역장님과 2지역 구역장님 3명과 함께 가서 입관식
그리고 성복제까지 마쳤다.
성복제에는 찬미경을 바쳤다. 후한 대접까지 받고 성가정 축일 11시 본미사에 참례하였다.
미사중 5쌍의 부부가 결혼서약 갱신식이 있었다. 그중 2쌍이 우리 2지역 신자다.
미사후 그들의 사진 촬영을 보는 중 전화가 왔다. 1지역 신자들이 연화장에 배당된 한시 연도에 갔는데
상가측으로 부터 거절을 하더란 것이다. 합의하에 결정된 사항을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고
거절을 하려면 조금전 입관식 때 우리가 갔을때 거절할 것이지 아무런 반대도 하지 않던 그들이
연도하러 간 교우들을 문전박대하는 무례를 범하는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성당에서 연화장까지는 10리길이 된다. 상당한 택시 요금을 들여 연도간 봉사자 교우들을 이처럼 무자비하게
박대하다니 상식밖의 일이다.
상주 측에 전화를 하니, 망자의 손녀(할머니 다음 유일한 교우)가 애원을 한다.
어른들이 완강히 거절을 하니 좀 봐달라고 애원을 한다. 도저히 할아버지를 위한 연도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대신 저녁 9시에 예정된 장례미사와 내일 아침 출관예절은 그대로 하란다.
본당 신부님께 전후 사정을 말씀드리니 본당 신부님꼐서는 "기도를 거부하며 선택적 예절을 요구하는 것은 안된다. 기도를 거부하면 일체를 거두어 들여라."하신다. 마침 기도하러 간 9지역장 요셉형제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부님의 말씀을 전하여 경위를 말하고 일체를 거두어 퇴각하라고 부탁하였다. 신부님께서는 2지역장과 나를
또다시 보내시면서 깨끗하게 마무리를 짓고 오라하셨다. 이미 모든 것을 철수한 뒤이지만 우리는 또 다른 형제님 한분과 함께 셋이서 상주들을 만나 감정은 없음을 말하고 우리가 철수하여도 망자를 위한 신부님의 연미사와 신자들의
기도는 계속 있을 것이라 하였다. 미사예물은 상주 측에서 원한다면 돌려드리겠다고 말하였다.
아무쪼록 형제간에 불목하지 말고 장례 잘 모시기를 빈다고 말하고 번거롭게 하여드려 우리가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하였다. 그들은 미안하게 됐다며 무언가 오해가 있었는가 보다고 말한다.
변명임을 말면서도 끓어오르는 분을 삼키고, 차분히 끝을 맺었다.
하지만, 하느님,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였습니까? 용서하여 주십시오.
입관식을 마치고 돌아올때 일이다. 동료들이 나를 칭찬하였다. 잠시나마 기분이 좋았었다.
아마도 동료들의 칭찬마저 마음속으로라도 거절 하여 겸손함을 드러냈었으면 하느님께서는 일이 이리 되지 않도록 잘 이끄셨을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그때 그들의 칭찬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였었다.
어쩌면 나의 교만을 하느님께서 밉게 보셨나 보다. 왜 나는 이처럼 절제 할 줄을 모르는가?
모든 것이 하느님이 주신 것이고, 모든 것이 주님이 하시는 것인데, 나는 다만 그분의 도구일 뿐인 것을!
칭찬에는 언제나 마음 약한 것이  나 인가 보다.
하느님, 언제나 나 자신의 감정을  제어 할 줄 모르는 이 죄인을 용서하시고, 겸손의 덕을 주소서.
칭찬받기를 좋아하고, 자기 기만에 빠져드는 이 죄인을 불쌍히 보소서.
봉사랍시고 아침 일찍부터 서둔 것이 고작 실패작이라, 그것은 나의 부덕의 소치리라.
내가 그들에게 좀더 친절히,그리고 보다 사랑 가득한 기도를 바쳤더라면 그리 되지는 않았을 것을,
형식에 치우친 알량한 잔꾀였나보다.
주님, 형식이 아니라 진실 된 봉사를 하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는 항상 부족하여도 망자의 영혼만은 구원하여주소서.
살아 남은 할머니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은총주소서.
앞으로는 이러한 일을 당할 때 언제나 당신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하는 우리의 기도가 되게 하소서.
88세의 망자는 부인과 함께 지하방에서 3, 4년간을 누워서 같이 봉성체를 하셨다.
본당사회복지과 봉사자들과 구역장은 3, 4년 간을 빨래며 청소, 목욕을 돌보아 드렸고, 식사까지도 돌보아 드렸다.
신부님은 매달 봉성체를 빠짐없이 영하여 드렸다. 그동안 자식들은 한번도 본적이 없으시단다.
그래서 신자들은 물론 이웃들도 자식이 없는 노인들로만 알았다한다. 그러던 그들이 상주들이라 하여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는 자기네 식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어찌하랴! 그들이 자식들이라는데,
자기 부모라 하여 잘 모시겠다는데,  그렇게 하여서라도 마지막 효를 다하겠다는 그들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잘 모시는 것이 화장이다. 화장을 하여 유해 봉안소에 모신단다.
과연 어떤 것이 참 효인지! 이럴 땐, 참과 거짓의 차이를 모르겠다. 2007년 마지막을 하루 앞둔 오늘 혼돈 속에 이 글을 씁니다. 주님, 망자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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