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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쿼바디스 도미네
작성자이근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1 조회수1,613 추천수3 반대(0) 신고

 

날씨가 몹시 후덥지근하며 곧 소나기라도 내릴것 같다. 특히 이런 날은 불쾌지수가 높아 다투기가 싶상이다.

오늘(6월28일)은  특히 말조심을 하여야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했다.

가브리엘 형제가 이번에는 한술 더떠서 쵸코파이 2박스와 커피(100개입) 2봉지를 사가지고 왔다.

이제는 당연히 이곳 식구인것 같이 행동을 한다. 그러면서 이재을 신부님을 만난 이야기를 한다. 참으로 주님이 하시는 일은 "내 생각과 너의 생각은 하늘과 땅 같이 멀다"는 것을 또 각인 시켜준다.

내 생각은 7월 6일 회의  때 이런 주님의 역사가 있다고 보고할 예정이었는데 주님이 먼저 손장근 가브리엘을 신부님께 소개한 것이 아닌가! 마치 네가 한것은 아무것도 없고 모두가 내(주님)가 한것이니라(루카 17,10 참조).

 

여기서 내가 이재을 신부님(사랑의 집 운영, 현 봉천7동 주임)을 만난 주님의 역사하심을 증거해야겠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 2004, 8월부터 우리 작은 모임(일명 벧엘 티란노스)에서 지도신부님과 우리의 소원을 간절하게 원하는 철야기도를 매일 8개월 가량 눈물 흘리며 삼성산 자락에서 텐트(우리는 이를 성막이라했다)를 치고 기도한적이 있다. 오로지 신부님들의 이름만을 알고 우리와 아무 인연이 없는 세 분 신부님들을 놓고서.

무모하다고 할지 몰라도 주님의 뜻이 우리 모임에 있다면 역사하실 것을 믿고서. 

 

나는 그 모임에서 나와 나홀로 매주 금요일 삼성산 성모동산에서 성시간을 가졌다. 그날(2008,7월 4일)도 예전과 같이 오후 8시 반경 십자가길을 마치고 벤취에서 쉬고 있는데 옆에 있는 아는 조기환프란치스코 형제가 이재을 신부님을 알아 뵙고 함께 자리를 같이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도 이번에 교리신학원을 졸업하면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라고 하니 신부님께서 지도신부가 필요하면 해주겠다고 하길래 기쁜 마음과 나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지도신부를 하겠다고 하는가하고 경솔하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당시는 내가 기도한 신부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그런사실도 있었던지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그 신부님이 우리가 눈물 뿌리며 산에서 기도한 세분 중에 한 분이 아니신가? 어떻게 이런 일이???!!!

그동안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도 지도신부가 필요치도 않고 그 때의 일을  잊고 있었는데... 그것도 밤인  성모동산에서...

적어준 전화로 연락을 하여 만나 뵈니 그 신부님도 영등포 사랑의 집에 봉사자가 필요하여 일일피정을 오셨단다.

영등포 지역에 있는 노숙자와 윤락녀들을 보살펴 줄 수 있는 봉사를 원하신다고... 순간 그 많은 봉사중에 노숙인과 윤락녀라니...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은 봉사라 잠시 망설였으나 바꿔보면 그곳에서의 봉사야 말로 진정한 봉사중에 한 곳이 아닐까? 그곳에 주님이 계시고 바라시는  내 양들을 쳐라는 간절한 사랑의 호소가 울려 퍼지는 장소가 아닌가!

신부님께 지금까지 그분들을 사랑의 눈으로 본적은 없지만 우선 위선이라도 노력을 하고 이것이 피부에 와 닿고 주님의 사랑이 묻어 있도록 기도하고 간청하겠다고 약속을 드리며 승락을 기쁜 마음으로 했다.

 

밤 10시 경에 전화가 왔다. 박 효주 아네스 선교사가 역사 대합실로 12경에 오시겠단다. 2주만에 또 3인이 만나 봉사를 하는구나. 신바람이  이런 것일까? 매주 홀로 봉사를 하다가 손 가브리엘 형제가 벌써 4번째 봉사를 하고 있다. 이제 주님께서도 바쁘신가 보다. 우리의 지경을 넓히시고 활성화를 시킬려고 하는 가 보다. 노숙인들과 대화도 혼자 하는것 보다 서로 돕고 하니 한결 부드러워 진다. 박효주 아네스 선교사가 쥬스와 빵과 누룽지를 튀겨 갖고 왔다.  더욱 분위가 뜬다. 한 노숙인이 왜 지난 번에는 안 왔는냐고 꾸중아닌 꾸중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박 선교사도 이곳에 발이 점점 빠져드는것 같다. 주님의 손에 잡힌 것일까? 

뉴스에는 장마비가 온다고 하여 역사 안이 분빌것 같아 준비를 더 많이 해 왔는데 아직 비가 오지 않고  날씨가 훈덥지근 하니 역사 밖에서 머물고 있다.

밤 3시경 한 막노동자(?)가 따불백 같은 것을 내 옆에 던져 놓고 무엇이라고 하며 누군가를 찾는 모습으로 역사 안쪽으로 가는데 손에는 막대기를 들고 있다. 옆의 손 가브리엘 형제가 장갑이 있느냐고 갑짜기 묻는다. 왜 장갑을 찾느냐고 하니, 아까 그분 한테 느끼는 무엇이 있어서 란다. 그러면서 막대기가 아니라 쇠 파이프란다. 쇠 파이프에 시멘트를 넣어서 화이바를 내려치면 화이바가 박살이 난다나... 무언인가 불길하다. 그분이 역사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흘터 보더니 여기에는 없는 모양이다.

우리 옆에 앉으며 쇠 파이프를 놓으니 쇠 소리가 나며 유난히 공포 분위를 자아낸다. 주님 지혜를 주십시요. 이형제에게 마땅한 말을 할 수 있도록 말씀의 권능을 주십시요. 그가 말한다. 칼로 찔러 죽일 수도 있는데 그것은 치사하다나. 쇠 파이프로 단 번에 박살을 내야 한다며. 이러한 인간을 쓸모없는 인간이라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며 담배불을 부친다.

 

잠시동안 침묵이 흐른다.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 하나? 지난 번에는 30대 중반의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살인을 하려고 하여서 주님께서 우리를 도구로 쓰셔서 막아 주셨는데...

내가 말을 거냈다. 왜? 형제분께서 꼭 그일(살인)을 해셔야 합니까? 형제분께서 말씀하신 그것 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쓰레기라고 다 죽이면 어떻게 합니까. 세상은 필요한 사람도 있고 또 없어져야 할 사람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께 맞기면 안되겠습니까? 그사람은 죽으면 되겠지만 형제님은 어떻게 하실라구요? 자기는 하느님을 믿지 않고 다만 자신 안에 있는 신만을 믿느다면서 나보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말한다나. 그러면서 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 한다. 옆의 손 가브리엘 형제가 짭싸게 라이터에 불을 켜서 그 사람에게 갖다 대자 자기 것으로 한다며 거절한다. 그 순간 가브리엘 형제가 저도 담배를 얻어 피우려고 한다고 하자 그러냐고 하면서 담배 한가치를 준다. 그 순간이 '촌철살인'의 시간이며 백미였다.

분위기는 많이 부드러워 졌다. 담배 한 가치의 효력이랄까? 주님께서 담배를 도구로 써 주신것이다.

자기는 55세 이며 교도소 생활 10년을 하였고 지금 파출소에서 조서를 받고 왔다면서 분이 꽉 찬 시근덕 거리는 모습이다. 자기가 지금 살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일거리, 숙소문제등)들을 하여 줬는데  배신을 때렸다고. 또 군대이야기를 하다 자기가 중사로  오음리에서 근무하였다고 하길래 나도 월남 갈때 오음리에서 교육받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함께  이야기가 한 것이 간간히 한 숨을 쉬며 못내 아쉬운  마음을 토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안정 시키는데 도움이 된것 같다.

새벽 4시 10분!  이제는 우리도 자리를 떠야 할 시간이다. 역사의 잠긴 문들이 모두 열리며 사람들이 몰려 온다.

그분과 헤어지며 이재X씨 제가 기도해드리겠습니다 하고 말씀드렸드니 고맙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올 때 같았으면 필요없다고 포기한 상태의  퉁명스런 대답이었을 텐데) 이렇게 오늘 하루가 또 지나갔다.

베드로의 '쿼바디스 도미네'가 생각났다. 모두가 주님의 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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