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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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형기 | 작성일2009-11-30 | 조회수1,31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병원에 입원 중이던 어느날 새벽에 병상의 발치 위 허공에 어떤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약간 숙인 머리 부분만 보였는데, 머리카락이 텁수룩하고 얼굴은 희미한 형체만 보였지만 표정은 알아 볼 수 있었다. 글쎄, 안드레아 보첼리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라고 하면 그 남자의 모습을 비슷하게 설명한 것이 될 듯도 싶다. 그는 아무 말없이 슬픈 표정으로 얼마동안 나를 지켜보다가 사라졌다. 그 당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그러니까 교통사고로 다리 하나를 잃고 사고 후유증으로 생사가 오락가락할 때였다.
그가 처음 나타나기 며칠 전에 성모님 신심이 깊은 어느 형제가 문병을 와서, “스테파노씨, 아직은 베드로 사도를 만날 때는 아닌 것 같고….병상에 있는 동안에 성모님을 만나는 은혜 입기를 빌겠습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성모님을 한 번 뵙고 싶은 열망이 일어났다. 몸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진통제를 계속 맞고 있어서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서도 성모님을 직접 뵙고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머리속으로 성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으나 성모님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만나고 싶던 성모님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낯선 남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며칠인가 더 나타났는데 그때마다 표정이 너무 침통했다. 나 때문에 그렇게 슬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는 그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그랬더니 그는 아무 말없이 사라지고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든든했다.
재활원으로 옮기고 몸이 회복되고 있을 무렵에 그는 두어번 정도 더 나타났다. 표정은 한결 밝아보였다.
재활원에서 본격적으로 재활훈련을 시작할 무렵에 그는 한 두번 더 나타났다. 매우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그를 본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예수님이 찾아 오셨던 걸까? 주님을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나를 지켜주려고 온 수호천사가 아니었을까?
지금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Passacaglia(수호천사)--B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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