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 그 기도로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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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8-10-07 | 조회수8,536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아하! 그 기도로군요.
중학교 2학년때 아주 우연히 친구를 따라 집근처 본당에 미사를 드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시험기간이어서 같이 공부를 하다가 친구가 미사를 드리고 와야 하는데 혼자 집에 있기 뭐하면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따라 갔었던 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이제 저는 가톨릭 신자가 되어 살아갑니다. 그때 처음으로 드렸던 미사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아마 노래로 하던 기도였는데 그때야 그 기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죠. 여섯 달의 예비자 교리를 끝마치고 첫 영성체를 하는데, 그때서야 그 기도가 '주님의 기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워낙 무딘 성격이어서 그 사실조차도 여섯 달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었습니다. 그 미사때 저는 대모님께 "아! 저 기도가 그 기도군요."라며 짧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기도중에 가장 기억 남을 만한 것이 '일용할 양식'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많은 기도중에서 '먹는 문제'에 대해 그토록 중요하게 다루는 기도가 주님의 기도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먹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아주 분명하고 단호한 어조로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내일 필요한 양식도 아니고 일년 뒤에 필요한 양식도 아니고 바로 그날 그날 필요한 양식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는 가진 사람과 갖지 못 해 잃을 것도 없는 사람이 함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나는 오늘 필요한 만큼만 가졌는가 하는 부분이 오늘 뜨끔해 지는 것은 왠일인지....... 나는 늘 부족하다고 조금은 더 움켜 쥐어 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주님은 저에게 그날의 양식만을 허락하신다는 것입니다. 내가 움켜 쥐고 있는 여분의 양식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듯 합니다. 세상 안에서 내 곡식자루를 풀 수 있는 곳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내가 디디고 있는 이 현장안에 있다는 것을, 그 곡식자루를 기쁘게 풀어 헤칠 때 그것은 하찮은 곡식이 아니라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된다는 것을 오늘 복음을 통해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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