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다리는 이에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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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8-10-21 | 조회수8,114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기다리는 이에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불 꺼진 간이역에 서 있지 말라 기다림이 아름다운 세월은 갔다 길고 찬 밤을 건너가려면 그대 가슴에 먼저 불을 지피고 오지 않는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비로소 싸움이 아름다운 때가 왔다 구비구비 험한 산이 가로막아 선다면 비껴 돌아가는 길을 살피지 말라 산이 무너지게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함성이 기적으로 울 때까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그대가 바로 기관차임을 느낄 때까지
- 안도현 <그대게게 가고 싶다> 중에서
어렸을 때, 아버지는 집근처에서 일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으레히 점심은 집에 와서 드시곤 했었죠. 점심 때가 되면 어머니는 밥한그릇을 따뜻한 아랫목에 묻어 두셨습니다. 여름이어서 방에 불을 땔 수 없을 때는 물이 설설 끓는 솥안에 채반을 받히고 밥주발을 놓아 두셨습니다. 보온 밥통이 있던 시절인지 아닌지 기억은 없지만 그 풍경은 생생합니다. 어쩌다가 끼니때가 지나도 아버지가 오지 않으시면, 어머니는 조그만 바구니에 몇 가지 반찬과 아직 온기가 그대로인 밥을 주섬주섬 담으시고는 저를 앞장세워 아버지의 일터로 향하셨습니다. 어린 제가 그 바구니를 들고 갈 수 없으니, 어머니는 근처까지 들어다 주시고는 저에게 그 바구니를 넘기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어제에 이어 준비된 기다림에 대한 말씀을 전하십니다. 그런데 그 기다림이 '무작정', '하염없이' 라는 조건을 걸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따뜻한 밥이 찬 밥이 되어 버리기 전에,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기 전에 찾아 나서는 어머니와 같은 기다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 예수님이 제게 참으로 바라는 기다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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