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화려하지 않은 선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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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9-01-22 | 조회수4,102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화려하지 않은 선택.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중고등학교 때, 환경미화 심사가 있지요.그때 우리반의 환경미화부장이 정말 내성적인 친구였는데, 반친구들이 장난삼아 그 친구를 미화부장으로 뽑은 것이었습니다. 성격도조용한데다 너무 수줍음이 많아서 그 친구는 그 해의 환경미화 심사때 많은 애를 먹은 것으로 기억합니다.다음날이 환경미화 심사날인데 모두들 평소때처럼 청소를 대충하고 도망을 가버렸죠. 그리고 그까짓 심사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썩힐 수 없다는 반장의 지론을 우리는 흔쾌히 받아 들였기 때문입니다. 담임 선생님까지 아무 말씀 하지 않으시니 더 그러했고요.하지만 그 다음날,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 반 교실은 너무나 깨끗하고 예뻐져 있었습니다. 칠판위에 레이스며, 게시판의 게시물도 모두 새것으로 바뀌어져 있었고, 교실도 말끔히 청소가 되어있었습니다.바로 미화부장이었던 조용한 그 친구가 해낸 일이었습니다. 며칠동안 반 분위기를 보니 전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없을 것 같고,급우들에게 부담주기도 싫어서 혼자 차근차근히 집에서 작업을 진행하였고, 청소는 아이들이 다 떠나고 이미 며칠전에 부탁을 해 놓은 사람들과 해 놓았습니다. 저도 부탁받은 사람중의 하나였습니다.너무 의외의 부탁이어서 넙쭉 그러마하고 승낙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하지만 그날 저는 행복했습니다. 청소를 하면서 그 친구와 많은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고, 나를 믿어준 사실이 행복했습니다. 그친구가 저를 선택한 이유는 너무 평범했습니다. 그저 청소를 잘 하게 생겼다는 이유였지요. 그리고 딱 한 번 친구들 청소당번을 대신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 두명의 사도를 선택하십니다. 저는 예수님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분의 선택 기준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복음에서 어느어느 사도는 어느어느 엘리트 코스를 밟고, 그의 특기는 무엇인지 전혀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소당번을 한 번 대신해준 것도 눈여겨 봐주는, 즉 튀지 않아도 알아 볼 수 있는 눈을지니신 분이기 때문입니다.지금의 세상은, 선택의 기준이 점점 화려해지고 있는 듯 합니다.그래서 화려하지 않은 조건의 사람들은 선택을 받을 수 없고, 외로운 것 같습니다.예수님과, 그 미화부장 친구의 화려하지 않은 선택의 기준.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기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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