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냉담도 나눌 수 있다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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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9-02-13 | 조회수3,924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냉담도 나눌 수 있다면.
오늘 어쩌다 보니, 수녀님과 함께 모범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그 모범 택시 운전 기사 아저씨는 수녀님을 보시자 자신은 지금 냉담중이라며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는 꼬박꼬박 새벽 첫 미사 를 드리고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열심한 신자였지만, 이제는 그 러지 못하고 있다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것을 자신도 알고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기본요금 거리여서 긴 대화는 나눌 수 없었지만, 그 아저씨께서 냉담을 했던 이유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부터 였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어렵거나 시련이 닥쳐올 때, 매달릴 수 있는 것 이 하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 서야 알았습니다.
오늘 복음도 역시 예수님이 일곱 개의 빵과 몇 마리의 물고기로 사천명의 군중을 배부르게 하십니다. 너무나 흔한 복음, 그러나 정말 감동스러운 복음입니다. 제가 묵상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 터 가장 많이 접한 복음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에게 먹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저는 몇 개의 글에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기적은 단순히 예수님만의 기적 이 아니라, 함께 나누었던 많은 사람들의 기적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너무 식상하지만(?), 또 이 나누는 문제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시련은, 대부분 사람 으로 비롯 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아까 그 운전 기사 아저씨의 시련은 짐작 할 듯 합니다.
어려운 그 시기, 누군가 베풀고 도움을 주었다면, 여전히 그 분은 열심한 신자로 살아 갔었겠죠. 저는 그 분이 냉담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안타깝다기 보다는, 그 주변의 상황이 아팠습니다. 단순히 동정을 넘어선, 복음 실천의 '나눔'을 교회는, 그리고 내 자신은 하고 있는지 성찰할 시간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는 이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눔이라는 것이, 단순한 '물질의 문제'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 끼고 나니, 복음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깨닫 게 됩니다. 그래서 그러한 삶이 아름다운 것이겠죠.
"그 시간(냉담을 푸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시며 건네는 수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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