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죽을 때가 다 되었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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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9-03-07 | 조회수4,422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죽을 때가 다 되었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참이나 치매증상으로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왜 그리 자꾸 잊으시는지 하던 얘기를 계속 하시고, 정신이 있으실 때는 조용하시던 분이 수다도 무척이나 늘어 가셨습니다. 그러다가 난봉으로 할머니의 속을 무던히도 아프게 하시던 할아버지 이야기를 풀어 놓으시기도 하고,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들, 손주들 이야기. 이것 저것 많은 말씀을 풀어 놓으시더니 며칠 지나고 돌아가셨습니다. 저야, 살가운 성격도 아니어서 할머니에게 깊은 정을 느끼지도 않았고, 그저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죽음'이 두렵고 슬퍼서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감동해 마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주시겠다는 예수님의 선언은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죠.
그런데, 오늘 미사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예수님이 죽음을 준비하시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용보다는 오히려 유난히 길어진 복음 강독 시간이 가슴에 와 닿더군요.
사람이 죽기전에, 말이 많아 진다는 어른들 말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 다시 오시려 죽음을 준비하는 예수님.
사순절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단속하고 풀어 낼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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