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배 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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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은정 | 작성일1999-04-29 | 조회수3,041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배 째!
요즘 들어서 유행어가 되어 버린 말입니다. 어떤 극한 상황에 치달았을 때, 이꼴저꼴 안보고 그냥 덤벼들라는 뜻이기도 하고, 시쳇말로 '개긴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데 우스갯 소리로 넘기기에는많은 느낌이 있는 말입니다.
살면서(물론 그리 오랜 산 세월은 분명 아니지만요.) 이런 '배 째라!' 의 담력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요즘 이것저것 재고 걱정하면서 오히려 아무 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과 맞닥뜨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배 째'의 정신(?)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후의 책임이나 수습할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렇게 막 나가는 사람들 보면, 분명 믿는 구석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지요. 그런 것을 뒷배경(백그라운드)라고 하던가요.
이번 주의 복음을 한꺼번에 읽으면서 한가지 재밌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그 시대의 사람들은 '부활'을 끊임 없이 의심하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약속도 의심합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눈앞에 만져지는 기적들이 펼쳐지기를, 그래서 예수님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이럴 때 예수님이 조금 유치하게 '쨘'하면서 이런 재주, 저런 재주를 보여 주셨더라면, 그랬다면 믿었을까요?
하지만 예수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복음과 구원을 설파하시며 총총 다니십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장 든든한 뒷배경인 하느님을 당당하게 말씀하시면서요. 부활한 그 분, 참으로 단호해 지셨습니다. 긴 어둠(죽음)을 뚫고 나오셔서 그런지 그 언어는 당당하고 명확합니다.
예수님 일생에 단 한 번, '배 째!'라고 말씀을 하시며, 기꺼이 십자가에 매달리셨던 분, 그것은 하느님이라는 빠방한 뒷배경 없이는 불가능했겠죠.
오늘 저에게 다가온 많은 좌절과 망설임을 뚫어 볼까 생각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치맛바람을 일으킬 하느님이 계시니, '배 째!'라고 말해봄직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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