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바닷속에서]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8-01 조회수3,084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바닷속에서>

                         민수 11,4ㄴ-15; 마태 14,22-36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많은 비 때문에 생명을 잃고 침수가 된 많은 도시들이

있습니다. 정말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가족을 잃

고 집을 잃은 사람들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서 하루 빨리 안정

된 생활을 하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의 힘이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소에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물이란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것이거나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뿐이겠지만, 한꺼

번에 많은 비가 내리게되면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에너지가 되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가끔씩 바다에 갈 기회가 생기는데 거대한 바다를 바라볼 때면 맘속에 있는 모

든 것을 다 받아줄 것처럼 생각이 들다가도, 때로는 이 거대한 것들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대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되

면 작은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어젯밤에 텔레비전에서 영국의 특수 잠수학교에 대해서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었습니다. SSU라는 약자를 쓰는 이 학교에서는 포화잠수라고 하는 잠수

방법의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 아주 깊은 바다까지 잠수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길러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바닷속 6백, 7백, 8백 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사람들을 교육하는데 20 명을 일주일간 교육시키는데 드는 비

용이 약 7억 원 정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처럼 바다에 대한 사람들의 도전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를 알고

자하면 할수록 그 속에서 한 점 작은 점보다도 못한 인간 존재의 모습은 작게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거센 풍랑이 되어서 포효하는 바닷속에서 견딜 수 있

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그 거대한 힘 앞에서 바다의

신을 향해서 제사를 드리기도 했었고, 심청전의 심청이나, 요나 예언자가 바다에

빠져야했던 이유도 바로 그런 것들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의 휴식처 일수도 있고,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자연이면서도, 한편으

론 범접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인 그 바다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풍랑을 만나

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앞 뒤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바다 위에서 어렴풋이 다가오는 인간의 체취 앞에서 당황하던 제자들이 [저 분은

오늘 낮에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 천 명을 먹이신 나의 주님이 아니

시냐]며 조금씩 위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가 나서서 [주님이십

니까? 그러면 저더러 물위로 걸어오라고 하십시오](마태 14,28) 라고 청합니다.

결국 베드로는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무서워하는 순간 바닷속에 빠지고 예수님께

구조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예수님께서 그들이 타고 가던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치고

곧이어 제자들은 그들이 가고자 했던 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주님

을 믿는 공동체는 거센 파도 위에 표류하는 한 척의 배에 비유되어졌습니다. 그

러나 제자들의 배에 주님이 오르시자 풍랑이 그치고 배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

었듯, 그리스도 공동체를 싣고 항해하는 우리들의 배도 그 가운데 예수님을 주인

으로 모셔들일 때 아무리 무서운 도전과 악의 유혹마저도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나누어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책꽂이에는 주님의 말씀인 성서가 있고,

방에는 십자고상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단지 껍데기로만 여김으로써 주님

을 무시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결심이라고 생각됩니다. 말로는

고백을 하면서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으로는 얘기하면서도 다 믿지

못하는 어리석음 속에서 우리들은 베드로처럼 주님을 바라보면서도 두려움을 느

끼는 이율배반적인 모습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다에 빠졌으면서도 베드로에게 손을 내미시며 [왜 의심을 품었느냐?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31절) 라고 나직이 물으시는 주님께 위안을 받으며,

우리들도 [주님은 참으로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33절) 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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