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나치지 않는 마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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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선환 | 작성일1999-09-21 | 조회수2,740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지나치지 않는 마음> 에즈 9,5-9; 루가 9,1-6
올해로 삼 년째, 국제통화기금의 금융 제재를 받는 우리들은 어려운
생활고 때문에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
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손가락 두 마디를 절단해서 보험금을 타보
자는 생각으로 범행을 하는가 하면, 부도난 기업인이 노숙자에게 술
을 먹이고 만취한 상태로 불태운 다음 마치 자신이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처럼 꾸미는 일들도 있었습니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요즘도 서울역사 앞에는 노숙을 하면서 인생의 고배를 마시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지 않고 파행 국회를
이어나갑니다.
누구는 일하려 해도 할 일이 없어서 마지못해 잘못을 저지르고
구치소에라도 가서 주린 배를 채우려고 하지만, 누구는 가만히 앉아
이름만 걸고 있으면 저절로 돈이 들어오고 청탁이 들어오는 기막힌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습니다.
잠언의 말씀 가운데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당신께
간청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것을 제 생전에 이루어 주십시오.
허황한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마십시오. 먹고 살 만큼만 주십시오. 배부른 김에, "주님이 다 뭐냐"
고 하며, 배은망덕하지 않게, 너무 가난한 탓에 도둑질하여 하느님의
이름에 욕을 돌리지 않게 해 주십시오](잠언 30,5-9).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하는 제자로서 부르심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부르심은 당연히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을
우리들도 선포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복음을 전하는 제자들이 먹는 것이나 입는 것, 약간의
돈이나 지팡이처럼 꼭 필요한 것조차도 일부러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사람의 마음은 스펀지와
같아서 조금 가지고 있으면 조금만 더 있으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에 금새 빠져들기 때문입니다.
좋고 편리한 것이 있으면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고
서는 편안하게 잠들지를 못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기 때문입
니다. 그러나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세상의 가치에
자신을 내맡길 때 그는 이미 복음을 잘 전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을 수가 있습니다.
너무 부족하지 않으면서도 넘치지도 않는 것을 유학에서는
중용이라고 표현합니다. 물론 이것은 외적인 재화를 말하기보다
내면의 심리상태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이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서 적절한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을 때 우리들은 어떠한 상황을 만나더라도 여여한
마음 상태를 가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상태는 우리들이
넉넉한 마음가짐을 심어줄 것이고, 바로 그런 마음가짐이 오직
복음을 전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집중력도 키워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
선환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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