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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한가위]
작성자박선환 쪽지 캡슐 작성일1999-09-23 조회수2,532 추천수4 반대(0) 신고

 

                        

 

 

 

                       한가위 명절미사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한가위>

        요엘 2,22-24.26ㄱ; 묵시 14,13-16; 루가 12,15-21

 

 한가위 명절을 축하 드립니다. 오랜만에 여러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 조상들을 기억하며 차례를 지내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그 간에 있

 

었던 크고 작은 일들에 관해서 얘기를 나누고, 또 지난 일년간의 삶의

 

결실을 얘기하는 가운데 끈끈한 가족애와 민족애를 느끼는 하루가 되시

 

기를 바랍니다.

 

 

 며칠 전에 어떤 자매님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아들이 한 분

 

계시는데 대학생이랍니다. 가족 가운데는 자매님만이 홀로 성당에 다니

 

시는 [나 홀로 신자] 집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방에서 혼자 대학을 다

 

니며 공부하던 그 아들이 어느 날 개신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이후로는 품행과 성적이 몰라볼 정도로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어머니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개신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차례를 지낼 때 [저는 한쪽 구석에서 그대로 서 있겠

 

습니다] 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문중의 어른들이 가만 두고 보지만

 

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그래서 제게 전화를 걸어서 [아들이 학교에서 올라오거든 한 번 만나

 

서 타일러 주십시오] 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들이 괜찮

 

다고만 한다면 만나서 얘기해줄 용의가 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조선 천주교회도 처음에는 부모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조상조차 공경하지 않는 불효 막심한 사교 집

 

단이라는 단정을 받았고 급기야 천주교를 박해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

 

습니다. 전라도 진산 땅에서 발생한 소위 진산 사건이 바로 천주교

 

박해의 첫 사건이 되었던 것입니다. 동양 사회, 특히 한국, 중국, 일

 

본에서는 명절을 기해서 조상의 얼을 되새기며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느 종교에 속한 사람이라도 부모에 대한 제사

 

가 우상숭배와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세기 중엽에 중국에서 활동하던 유럽의 수도회,

 

즉 도미니꼬회와 프란치스꼬회(작은 형제회)는 중국 사람들이 조상을

 

공경하는 것을 미신적인 행위로 단정했던 것입니다. 그 후 1715년 클

 

레멘스 교황은 ▲천주교 신자는 공자묘에 대한 배례를 금하며 ▲집안

 

이나 묘지에서 문상할 때 배례를 금하며 ▲집안에 위패를 모신다거나

 

신주를 모셔 신을 부르는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의 교황 교서를 발표

 

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국의 황제(강희제)는 교황의 이같은 결정에 크게 반발해서

 

외국 선교사들의 선교 활동 일체를 금지시키게 됩니다. 당시 교황 특

 

사로 북경을 방문한 메차바르바 주교는 교황의 금령을 나름대로 조정

 

해서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위패를 모실 수 있도록 하되 그 옆에

 

천주교에서의 부모를 공경하는 도리라고 덧붙여야 하고 ▲위패나 관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을 허용하며 ▲상례 중 향과 촛불을 켜는 것을

 

허용하고 ▲위패 앞에 음식 차리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타협안은 신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혼란을 일으켰고,

 

이에 따라 1742년 교황 베네딕도 14세는 교서를 통해 클레멘스 11세

 

의 교서를 재확인, 중국에서의 의례 논쟁을 종결짓게 됩니다. 즉 조

 

상이나 공자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은 우상 숭배라고 규정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1790년 조선왕조의 사절단을 따라 북경에 들어간

 

윤유일(尹有一.바오로)이 조상의 신주를 모시거나 이미 모셔 놓은

 

신주를 보존해도 괜찮은지에 대해 구베아 주교에게 문의한 결과, 주

 

교는 교황 베네딕도 14세의 교서에 따라서 신주를 없앨 것과 제사를

 

드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에 따라서 전라도 진산에 살던 윤지충(尹持忠.바오로)

 

은 어머니가 사망하자 외사촌형 권상연(權尙然.야고보)과 함께 장례

 

를 치렀으나 신주(神主)를 불태워 버리고 제사도 지내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은 패륜범으로 몰려서 감옥에 갇히고 마침내 목이 잘

 

리는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바로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첫 번째 박해로 기록되고 있는 신해 박해의 발단이 된 진산 사건인

 

것입니다.

 

 

 초기 한국 교회의 신자들은 이같은 교회 가르침에 입각해서 조상

 

제사를 금했고, 이것은 천주교 신자에 대한 탄압의 구실이 되어 1백

 

년 가까이 크고 작은 박해를 통해서 무수한 순교자들을 만들어 내기

 

도 했고, 천주교 교리에 호감을 갖던 지식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가 되기도 했습니다.

 

 

 천주교회의 조상 제사 금지는 1939년에 와서야 비로소 해제됩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그해 12월 8일 ’중국 예식에 관한 훈령’을 통해

 

공자를 공경하는 예식을 비롯해 망자나 망자의 위패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상에게 제사를 드리고 공자를 공

 

경하는 행위가 우상 숭배가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예절이라는 사실

 

을 인식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사실 동양인들이 조상들을 공경하는

 

것은 조상들을 신으로 여기며 드리는 제사와는 다른 차원의 것임에

 

도 불구하고 서양인들은 이런 사실을 2백년 가까이 우상 숭배라고

 

하는 색안경을 끼고 단죄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던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 37항에 언급한 대

 

로"민족들의 풍습 중에, 미신이나 오류와 관계없는 것은 무엇이나

 

호의를 가져 고려하고 할 수 있다면 잘 보존하고자 한다"는 결정에

 

따라 70년대 말부터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을 미사 전례에 도입하

 

기 시작했고, 사목적인 차원에서 차례에 대한 시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조상 제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된 적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조상들의 공덕을 기리는 차례나 연령을 위로하는

 

제사가 절대로 하느님께 드리는 제사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사

 

실과, 차례나 제사 안에서 절을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는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이 차례를 드리는 양

 

식은 엄연히 성호로써 시작하고 마치는 것이 좋고 가능하다면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인 연도를 삽입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

 

니다. 또한 성가나 하느님께 대한 감사를 드러내는 성서 구절을 봉

 

독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전

 

통적인 차례 예절과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한국의 조상 숭배와

 

천주교의 전례를 결합한 훌륭한 시안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한가위입니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이날을 깊은 의미를 두

 

면서 맞이하곤 했습니다. 일년 동안의 수고와 노력이 조상들의 보

 

살핌 덕분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에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동

 

시에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서 일년을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로 삼았던 것입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많은 3,200만 명이 고향을 찾아 민족 대

 

이동을 하게된다고 들었습니다. 어느 해보다도 많은 인원이 움직

 

이는 것은 최근 삼 년 동안 우리들을 힘들게 했던 경제적인 제약

 

들이 많이 해소된 데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가족들을 찾지 못하고 외롭게 명절을 지내게 되

 

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들은 그분들에게 대한 따뜻한 격려

 

와 나눔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특별히 병환 중에 계신 분

 

들, 돌보는 가족이 없는 노인들, 보호 시설에 계신 분들,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들, 조선족들을 함께 기억해 드렸으면 좋겠

 

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때에 따라서는 어떤 계기를 만

 

들어서라도 이웃을 돕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간직하신 분들이었습니다. 비록 휘영청 둥근 달이 날씨 때문에 우

 

리 눈엔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들이 지닌 따뜻한 마음들은

 

동산 위에 사랑의 달빛을 드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조

 

상들의 이런 아름다운 전통을 본받아서 가족들이 서로 모여 인생

 

의 고락을 나눔은 물론이려니와 어려운 이웃과 함께한다는 정신에

 

서 이번 연휴를 보람있게 지내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

 

습니다. 아멘.

 

 

                                       선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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