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다양성 속의 일치(연수회를 다녀와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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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황인찬 | 작성일2000-05-25 | 조회수2,265 | 추천수16 | 반대(0) 신고 |
다양성 속의 일치
지난 5월 22일-25일(3박 4일) 성지배론에서 교구사제연수회가 있었다. ’성격유형검사(MBTI)와 그리스도의 영적성장’이란 주제로 실시되 연수회는 모처럼 만에 일상생활을 떠나서 내 자신을 뒤돌아보는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나는 성격유형검사에서 5년 전과 똑같이 INTJ로 나타났다. INTJ는 사고가 독창적이고 창의력과 비판분석력이 뛰어나며 내적신념이 강하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영감과 목적을 실현시키려는 의지와 결단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타인의 능력을 중시하며, 목적 달성을 위하여 온 시간과 노력을 바쳐 일한다. 그러나 ’고집을 꺽느니 남산을 옮기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로 고집불통일 수 있으며, 일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남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또 관상기도를 좋아하며, 내적지향성을 갖고 있는 나는 신학적인 성찰을 끊임없이 해 나가며, 틀에 박힌 독서보다 성서말씀을 읽으면서 직관이나 영감을 사용해야 하는 팔자이다. 그런데 감정이나 감각이 열등의식으로 나타나 따스한 인간미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날카롭다느니 냉정하다느니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사제가 되면서 이런 단점을 극복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타고난 본성만은 쉽게 바뀌지 않는가 보다. 나의 이런 성격, 특히 사람보다 일을 중시하거나 고독한 삶을 즐겨하는 독립적인 모습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 나의 이런 이상한 성격을 깊이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연수회에서 남이 나와 다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깊이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받았다. 십인십색(十人十色)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고유한 성격을 갖고 태어난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도 열이면 열의 성격이 거의 다르다. 아들을 둘만 둔 부모도 이런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그러니 수많은 신자들의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동안 신자들에게 이런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이해한 대로만 강론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나는 내적 신념이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믿음을 갖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신자들이 믿음을 갖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 했다. 그냥 믿으면 되는 것을 가지고 왜 못 믿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감각과 감정을 중시하는 성격을 가진 분들은 나의 강론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니 얼마나 잘못을 많이 저질렀는지 모른다. 앞으로 신자들의 다양한 성격을 고려해서 좀 더 다양한 설명으로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강론 준비를 해야겠다. 대화 성당 안에는 도벽으로 된 모자이크가 일품이다. 도자기 판을 깨서 붙인 벽면은 가까이 가서 보면 하잘 것 없는 조각 모양들이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도자기 모자이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스하고 토속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자이크 도벽 때문에 조각가의 성물들과 화가의 유리화도 진가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만일 대화 성당의 벽면이 똑같은 모양의 타일로 모자이크되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거대한 목욕탕을 방불케 했으리라. 우리의 인생은 모자이크를 이루는 한 조각과 같다. 모자이크는 크기와 모양 색갈이 다양한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어야 아름답다. 이처럼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자기만의 고유한 색과모양과 크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하느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면 더욱 아름다운 작품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다양성 속의 일치이다. 내가 남과 다르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로운 일인지 예전에 정말 몰랐다. 이제는 내가 신학교 시절로 돌아가도 여유있고 멋지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때는 사람마다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미성숙한 나였기 때문이다.
@@@ 제가 사제연수회에 다녀오는 동안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제가 연수회를 마치고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쓴 글입니다. 저희 성당 홈페이지 (www.artchurch.or.kr)를 방문해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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