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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 날이 오면(부활 6주간 금)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6-02 조회수2,056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00, 6, 2 부활 제6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요한 16,20-23 (너희의 슬픔이 기쁨으로)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는 울며 슬퍼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는 근심에 잠길지라도 그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여자가 해산할 즈음에는 걱정이 태산 같다. 진통을 겪어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으면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에 그 진통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와 같이 지금은 너희도 근심에 싸여 있지만 내가 다시 너희와 만나게 될 때에는 너희의 마음은 기쁨에 넘칠 것이며 그 기쁨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 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묵상>

 

저는 29살에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는 면제가 되었고, 직장 생활 5년을 하고 말입니다. 늦깍이 신학생이었죠. 다른 사람들은 저와 같은 별반 신학생(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뒤늦게 신학생이 된 사람을 말합니다.)들에게 말합니다. 나름대로 신앙에 대해, 그리고 성소에 대해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하고 늦게 신학교에 들어갔기 때문에 사제 성소에 대해 갈등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차피 이런 저런 한계와 가능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지간에 주님의 길, 신앙의 길을 걸어가면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때로 다가오는 신앙의 갈등과 회의가 문제가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문제일 것입니다.

 

저 역시 신학생 생활을 하면서 많은 갈등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때마다 복음 묵상이 참 많은 힘과 용기를 주었고 나름대로 갈등과 회의를 풀어 주었습니다.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이나 공책, 여러 자료들(저는 책 욕심이 참 많은 편입니다.)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뽑으라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신학생 때 했던 복음 묵상을 적은 묵상 공책을 듭니다. 하느님과 저의 개인적이면 내밀한 대화들이 담겨 있고, 저의 믿음과 갈등, 기쁨과 슬픔이 배어있기에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제 분신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씩 묵상 공책을 읽으면서 제 자신을 추스리곤 합니다.

 

오늘은 1996년도 오늘 字 복음 묵상을 올리겠습니다. 특별히 지금 믿음이 흔들리기에 힘들어 하시는 형제 자매님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몇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어보니까 말이 연결도 잘 안되고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있지만, 몇년전에 썼던 그대로 옮겨놓을까 합니다. 복음 묵상이나 묵상 정리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희망을 드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1996, 5, 17

 

"그날이 오면 너희가 나에게 물을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때때로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이든, 아니면 삶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하는 중대한 것이든,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한다.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삶 자체가 흔들림을 의미한다.

때때로 주님의 현존과 역사하심, 나의 성소, 나의 삶의 목적.....이 흔돈스러울 때가 있다. 과연 나의 지금의 삶은 올바르게- 주님 보시기에, 아니면 이웃의 눈으로 보기에, 내가 나를 볼 때- 이루어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바로 이런 순간이 결정적인 질문을 주님께 쏟아놓게 되는 시간이다. 지금은 결코 완성된 시간이 아니기에 죽는 그 순간까지 어쩌면 이러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겠지만, 무엇인가 하나 하나 확실하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오늘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그날이 오면' 모든 것이 완전히 드러날 것이고 의문은 풀릴 것이다. '그날'을 희망하라.

희망과 믿음의 긴밀한 관계

이 두 가지는 결코 선후를 가릴 수 없는 것이다. 이 중 하나만으로는 결코 내 자신이 설 수 없을 것이다. 희망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고, 믿기 위해서는 희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양자 모두는 결정적인 증거이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 근원을 찾게 될 것이다. 적어도 그리스도인인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이 글을 읽으시는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매일 복음을 묵상하시기를, 그리고 그 날의 복음 내용과 묵상한 것을 단 몇 줄, 아니 단 몇 단어만이라도 적어보시기를 말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쌓인 공책은 자신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 자신을 통해 쓰여지는 성서가 될 것입니다. 성서는 결코 죽은 문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믿는 이들을 통해서, 믿음을 실천하는 이들을 통해서 쓰여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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