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세상 안에 사는 그리스도인(부활7주 금) | |||
---|---|---|---|---|
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6-07 | 조회수2,029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2000, 6, 7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요한 17,11-19 (제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시다)
그 때에 예수께서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기도하셨다.
"거룩하신 아버지,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 사람들을 지켜 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내가 이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나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내가 이 사람들을 지켰습니다. 그 동안에 오직 멸망할 운명에 놓인 자를 제외하고는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 하나를 잃은 것은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아버지께로 갑니다. 아직 세상에 있으면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이 사람들이 내 기쁨을 마음껏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 나는 이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말씀을 전해 주었는데 세상은 이 사람들을 미워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이 사람들도 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버지께 원하는 것은 그들을 이 세상에서 데려가시는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서 지켜 주시는 일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 사람들도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 사람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곧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세상에 보내신 것같이 나도 이 사람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하여 이 몸을 아버지께 바치는 것은 이 사람들도 참으로 아버지께 자기 몸을 바치게 하려는 것입니다."
<묵상>
하느님 아버지께로 다시 가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위하여 아버지께 간절히 기도하십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하여 기도를 해준다는 말을 들으면, 실제로 기도를 하는지 않하는지 제쳐두고라도 많은 힘과 위로를 얻게 되는데, 예수님께서 나를 위하여 기도하시는 것을 묵상하다보면 뭔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의 기도를 묵상하면서 힘과 위로를 얻을 뿐만 아니라, 이 기도를 통해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맺고자 하시는 고귀한 뜻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세상 안에 살면서도 결코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음을 알려 주십니다. 이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무엇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이들이 지닌 세속성이 갖는 특별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예수님처럼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과 세속성이 결코 분리되지 않는 결합을 의미할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교회 안에서, 신앙 생활을 통해서 세상, 세속이라는 말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있어서 믿는 이들이 지닌 세속성이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현실에 무관심할수록 신앙인답다고 잘못 생각하기도 합니다. 치열한 현실안에서 주님을 증거하고 있는 신자들(공식적인 교회 용어로는 '평신도'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평신도'라는 단어가 지닌 어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신앙인을 마치 평범한 신자와 특별한 신자로 나누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일등 신자와 이등 신자로 나누는 것 같기도 하구요.)을 성직자나 수도자보다 상대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평가절하시키는 잘못도 아직까지는 교회안에서 일상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기도를 통해서 고쳐주십니다.
"내가 아버지께 원하는 것은 그들을 이 세상에서 데려가시는 것이 아니라 악마에게서 지켜주시는 일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 사람들도 이 세상에 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세상은 하느님의 아름다운 창조물입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악마가 부패시켰습니다. 악마는 영적인 존재일수도 물질적인 존재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간이 악마일 수도 있지요. 아름다운 세상과 이 세상을 더럽힌 악마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운 피조물을 통칭하는 세상'과 피조물을 더럽힌 악마를 지칭하는 세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 이 세속으로부터 우리를 포함한 당신의 제자들을 분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세상을 부패시킨 악마와 함께 뒹굴지 않는 참된 세속성을 지닐 수 있기를 아버지 하느님께 기도하십니다. 참된 세속성은 세상 안에 소금처럼 녹아들어가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생명까지 던질 수 있는 사랑과 봉헌의 삶'안에 담겨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서 당신을 세상에 보내신 것같이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형제 자매님 모두에게 세상 안에 파견된 우리의 정체성과 역할을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