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친히 기도를 가르치심.
작성자김민철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11 조회수2,131 추천수7 반대(0) 신고

 개신교 신자들에 비해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상대적으로 기도를 잘 못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인데, 가끔씩 어떤 모임같은 곳에서 저에게 짧은 기도라도 시킬라 치면, 저는 겁부터 집어 먹어서는 더듬더듬 빠져나갈 구멍부터 찾는 것입니다.

 기도를 잘하는 자매님이나 형제님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렁게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서 기도할 수 가 있을까 신기해 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럴때 마다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는 것이, 예수님의 이 말씀입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예수님께서 친히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치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물론 주님께서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라고 강요하시진 않으셨지만, 예수님께서는 말로써 하는 가장 완벽한 기도로 바로 이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어느 곳에서 기도를 하고 계셨는데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이 예수님께 자기들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사 청하고 있습니다. 요한의 제자들이 자기네 스승으로부터 배운 기도를 하는 모습이 부러웠던 것일까요, 아무튼 제자들은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는 것으로서의 기도를 배우기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분명,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자기들도 그럻게 하고 싶다고 느꼈을 것입니다. 물론,그때 예수님께서 하시던 기도는, 인간들로서는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가장 높은 차원의 기도 - 하느님과의 일치라는 점에서 - 였고, 사실 예수님의 삶, 존재 자체가 하나의 기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이러한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십니다. 배운 것도 제대로 없는 그들이, 당신께 가르침을 청하는 모습을 측은히 여기셨음인지, 주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완전무결한 기도의 한 전형을 보여 주십니다.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을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당신께서 친히 기도를 가르치시는 이 장면은 너무나 친근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마치 선생님께서 직접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시는 것과 같습니다.

 

 ’아버지-’라는 부드러운 호칭으로 시작하는 이 기도에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하는 것 같은 장황함과 미사여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글과 수사를 전혀 배우지 못한 평민들도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평이한 문장으로만 이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명확히 지시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이 기도로써,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게 하심으로써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고, 그 분의 사랑안에서 하나임을 보여 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이 하늘에서뿐만이 아니라 이 땅, 이 세상에서도 이루어 지시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의 구원에 대해서도, ’필요한 양식을 주심에  감사함’으로써 인간적이고 실제적인 측면을 간과하지 않으시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이웃과 우리에 대한 용서와 사랑, 악의 유혹으로부터 해방됨 모두를 포함하고 청원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리도 좋은 기도를 저희에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직도 사람들앞에서 기도할 때 다음 할 말을 찾느라 땀을 흘리며 골몰하고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저와 같은 말더듬이들에겐 주님의 기도가 얼마나 고맙고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저희같은 이들도 똑같이 사랑하시는 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