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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석희 주교님 영전에...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13 조회수2,258 추천수21 반대(0) 신고

10월 13일 : 박석희(이냐시오) 주교님 장례일

 

 

박석희 주교님 영전에...

 

 

+ 주님, 망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갑작스런 박석희 주교님의 운명 소식은 거짓말 같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 수도회 연피정 관계로

금년 봄부터 두어차례 안동을 방문하고 가까이서 만나뵈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 여름에는 제1차 연피정 지도를 해 주셨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20일부터 제2차 연피정에도 오시기로 되어 있었기에

더더욱 그분의 세상을 달리하심은 믿기지 않았다.

 

어제 안동행 열차에 몸을 싣고 가는 동안 내내

그분의 모습이 어런거렸다.

밤에 빈소를 찾았는데

유난히 달이 차가우면서도 밝았다.

편안히 잠든 모습이 여전히 살아계신 것같았다.

 

오늘 장례미사를 하고

그분을 운구하여 묘지로 이동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정말 그분은 이제 가셨구나 생각하게 된다.

 

돌아오는 열차속에서

그분 죽음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학자이시면서도 온화하신 성품

동안의 소유자이셨던 주교님을 마지막으로 보낸

목성동 주교좌 성당은 서울의 신자들은 믿지지 않겠지만

시골 공소 수준의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당이다.

주교님은 생전에 이곳은 내 본당입니다 하며

몹시도 이 성당을 아꼈다고 한다.

 

한국교회의 모든 주교님들과 장상들이 모인 장례식이

화려한 대성당이나 학교 운동장 같은데서 거행되지 않고

초라한 성당에서 거행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고인이 그토록 아꼈던 당신의 였기 때문이리라.

 

가난한 교구, 가난한 교구민들과 함께 가난을 사랑했던

주교님의 가난한 마음을 읽게 된다.

가난하기에 맑고 고왔던 그분을 다시 마음에 되새기게 된다.

 

<주님은 당신이 사랑하시는 영혼을 일찍 불러 당신 곁에 앉히시고자 하신다>

박정일 주교님의 강론중의 말씀이 다시 떠오른다.

 

주교님은 59세의 젊은 주교님으로서 한창 일하실 나이에

하느님께서 데려가셨다.

그것이 하느님의 축복이리라.

 

나는 가끔 농담반 진담반 나는 55세까지만 살고 싶다고 형제들이나 아는 이들에게

말할 때가 있다.

주님께서 33세의 일기로, 또 내가 사부로 모시고 있는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44세의 일기로 주님의 품에 안겼다면, 나는 55세까지 살고 주님의 품에 안긴다면

진정한 축복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가난한 목자였던 박석희 주교님을 떠나보내면서

나는 이제 그 나이를 60세나 66세로 조정해야 할 것같다.

그래야 가난하고 겸손하셨던 주님과 성 프란치스코와 박이냐시오 주교님을 본받는

수도자요 사제가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교님

저희로 하여금

더욱더 가난하고 겸손하게 살도록

천상에서 저희를 위해 주님께 빌어주소서.

 

그길만이

주님의 은혜요 축복의 길임을 굳게 믿고 살아가게 도와 주소서.

 

제2차 피정에

주교님께서 영으로 함께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때 또 뵙겠습니다.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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