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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는 망신당하지 않을까?(30주 월)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0-29 조회수2,172 추천수8 반대(0) 신고

본당의 어떤 청년이 저에게 이런 문제를 냈습니다.

"신부님, 제가 문제를 하나 낼께요. 제가 말하는 숫자를 잘 듣고 그 숫자의 의미를 답해보세요."

그리고는 "584965718352214"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힌트를 달라고 했지요. 그랬더니만 세 자리씩 끊어서 해석하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생각하라고 말해요. 저는 다시 한 번 그 숫자를 세 자리씩 끊어서 생각해보았지요. "584/965/718/352/214"

역시 도저히 풀 수가 없었지요. 여러분들 중에서 답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그래서 저는 답이 무엇이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신부님, 정답은요... '답 없음' 이에요."

특별한 답이 아니라, 답이 없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지요. 저는 '이게 뭐니' 하면서 그 청년에게 말했지요. 그런데 곧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신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답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여러분들도 여러분들 나름대로의 고정 관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내가 언제나 옳은 사람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몇 차례의 청문회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뻔히 보이는데도 그 사람은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자신 있게 큰 소리로 말을 하죠. 이들이 이렇게 큰 소리로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그것은 자신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시기심 때문이지요.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너무나 쉽게 한다면, 또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해낼 때, 시기심을 가지지 않으려고 해도 내 마음 속에는 나도 모르게 시기심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 생길 때,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방법, 즉 상대방의 위치를 깎아 내리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트집을 잡고, 비방하고, 무시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 사람에 대해서 거짓말까지도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회당장에게도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안식일에 십 팔 년 동안이나 병마에 사로잡혀 허리가 굽어져서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여자를 예수님께서는 치유해 주십니다. 이 치유의 기적을 회당장이 보고서 분개를 하지요.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할 날이 일주일에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병을 고쳐 달라 하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회당장은 자신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자신의 기준을 세워주는 율법에 맞게 행동하기 때문이었지요. 그래서 비록 착한 일을 한다고 해도, 자신들이 해석한 율법에 어긋나면 무조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비판을 서슴치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여기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예수님께서 하시는 것을 보고서 어떤 시기심이 생겼는 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없을 때는 그래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는데, 놀라운 기적과 좋은 말씀으로 점점 인기가 높아지자 그는 어떤 시기심이 생겼고, 비록 그 행동이 착한 일이라 할지라도 꼬투리를 잡고 있는 것이지요.

이들의 위선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 가운데 누가 안식일이라 하여 자기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물을 먹이지 않느냐? 이 여자도 아브라함의 자손인데 십 팔 년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다. 그런데 안식일이라 하여 이 여자를 사탄의 사슬에서 풀어 주지 말아야 한단 말이냐?"

우리들도 이런 위선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런 위선자의 삶을 살아간다면, 예수님으로부터 망신을 당했던 회당장처럼 우리도 예수님으로부터 망신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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