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을 대하는 세가지 태도(모든 성인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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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11-01 | 조회수2,843 | 추천수12 | 반대(0) 신고 |
2000, 11, 1 모든 성인 대축일 복음 묵상
마태오 5,1-12ㄱ(참된 행복)
그 때에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자 제자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예수께서는 비로소 입을 열어 이렇게 가르치셨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만족할 것이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것이다.
옳은 일을 하다가 박해를 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으며 터무니없는 말로 갖은 비난을 다 받게 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받을 큰 상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
<묵상>
모든 사람은 한 사람도 예외없이 '오늘'이라는 시공간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오늘'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미래와 연결하여 볼 때 '오늘'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오늘'만을 전부인양 받아들이는 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오늘, 즉 현실에 안주합니다. 현실만을 만끽합니다. 현실이 변화되기를 온 몸으로 거부합니다. 오늘의 즐거움과 부귀영화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미래, 천상의 영광된 삶이 차지할 자리가 이 사람의 마음 안에는 전혀 없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삶은 결코 평탄하지도 온전하지도 못합니다. 행복할 수도 없습니다. 미래를 거세당한 오늘을, 결코 있을 수 없는 삶을 살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천하를 호령하다 비참하게 마감하는 독재자들, 하루 아침에 스러지는 거대 기업의 수장들의 모습에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오늘을 탐닉하는 자들의 마지막을 보게 됩니다.
다음으로, '미래'만을 바라보기에 '오늘'을 무가치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오늘'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것일뿐, 가급적인 빨리 건너고 싶은 곤욕스러운 무엇입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환상에 젖어 '오늘'을 포기합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썩어들어가는 세상에도 초연합니다. 오히려 오늘의 고통을 미래의 기쁨에 대한 담보물로 삼습니다.
이들에게도 오늘은 결코 행복하지 않습니다. 행복하다고 자위하려고 하지만, 이내 행복하다는 자기 만족은 깨어지고 맙니다. 오늘은 단지 빨리 없어지면 빨리 없어질수록 좋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은 종말론적 관점에서 '오늘'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시작된 시공간입니다. 완성의 날인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오늘입니다. 그러기에 오늘은 오늘로서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래를 위해 헛되이 희생되는 시간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완성된 날을 위해 충만하게 채워져야 할 시공간입니다. 그러기에 이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오늘'에 집착하지도, '오늘'을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안에 자행되고 있는 온갖 반하느님적이고 비복음적인 것들을 거슬러 힘차게 투쟁합니다. 반하느님적이고 비복음적인 것들은 '오늘'이 지나야 다가올 '내일'과 공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태도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내일의 완전히 행복한 삶은 단지 내일의 것이 아니라 오늘 안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참된 행복은 앞으로 주어질 무엇이 아니라, 오늘의 삶 안에서 이미 살아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행복할 것이다."가 아니라 분명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기에 '오늘' 참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예수님의 뜻과는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성인들은 오늘을 통해서 내일을 희망하는 삶을 살아가심으로써 참된 행복을 누리셨고, 지금도 누리고 계시는 분들입니다. 성인들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자신의 삶을 성인들의 삶에 비추어봅니다. 오늘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내일의 행복을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먼저 맛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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