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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께서 내게 맡기신 금화(체칠리아 기념일)
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11-22 조회수2,313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00, 11, 22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복음 묵상

 

 

루가 19,11-28 (금화의 비유)

 

그 때에 사람들은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오신 것을 보고 하느님의 나라가 당장에 나타날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비유 하나를 들려 주셨다.

 

"한 귀족이 왕위를 받아 오려고 먼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종 열 사람을 불러 금화 한 개씩을 나누어 주면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 돈을 가지고 장사를 해 보아라.' 하고 일렀다.

 

그런데 그의 백성들은 그를 미워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대표를 뒤따라 보내어 '우리는 그자가 우리 왕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고 진정하게 하였다.

 

그 귀족은 왕위를 받아 가지고 돌아오자마자 돈을 맡겼던 종들을 불러서 그 동안에 돈을 얼마씩이나 벌었는지를 따져 보았다.

 

첫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이 주신 금화 하나를 열개로 늘렸습니다.' 하고 말하자 주인은 '잘했다. 너는 착한 종이로구나. 네가 지극히 작은 일에 충성을 다했으니 나는 너에게 열 고을을 다스리게 하겠다.' 하며 칭찬하였다.

 

둘째 종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이 주신 금화 하나로 금화 다섯을 벌었습니다.' 하고 말하자 주인은 '너에게는 다섯 고을을 맡기겠다.' 하였다.

 

그런데 그 다음에 온 종의 말은 이러하였다. '주인님, 주인님이 주신 금화가 여기 그대로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 두었습니다. 주인님은 지독한 분이라 맡기지도 않은 것을 찾아가고 심지 않은 데서 거두시기에 저는 무서워서 이렇게 하였습니다.'

 

이 말을 들은 주인은 '이 몹쓸 종아, 나는 바로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벌주겠다. 내가 맡기지도 않은 것을 찾아가고 심지도 않은 것을 거두는 지독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너는 왜 내 돈을 돈 쓰는 사람에게 꾸어 주지 않았는냐? 그랬으면 내가 돌아와서 이자까지 붙여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 하며 호통을 친 다음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저자에게 금화를 빼앗아 금화 열 개를 가진 사람에게 주어라.' 하고 일렀다.

 

사람들이 '주인님, 그 사람은 금화를 열 개나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하고 말하자 주인은 '잘 들어라. 누구든지 있는 사람은 더 받겠고 없는 사람은 있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던 내 원수들은 여기 끌어 내다가 내 앞에서 죽여라.'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앞장 서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길을 떠나셨다.

 

 

<묵상>

 

태어난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아서 유아세례를 받았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값진 금화 한개를 주신 것입니다. 그것을 그냥 제 안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비하신 주님께서는 그것을 도로 빼았지 않으셨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 교회를 다시 찾았습니다. 주님께서 제게 값진 금화 한개를 더 주신 것입니다. 이 금화가 참으로 값지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습니다. 나도 모를 힘에 이끌려 금화를 한 개 두 개 불려 갔습니다. 아니 나도 모를 힘이 내게 주어진 금화를 계속 불어나게 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회사원 시절.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당신의 금화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벗들, 동지들, 그리고 신앙인으로서, 청년 학생으로서, 노동자로서 내게 주어진 값진 사명들. 이 모두가 주님께서 나를 믿고 맡기신 값진 금화였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금화를 내 안에만 가두어 놓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작고 주님의 금화는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어렴풋하게나마 대학 2년때부터 시작된 7년간의 고민을 접고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나눌수록 넘쳐나는 주님의 금화를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었기에, 계속해서 금화를 주시는 주님께서 내 안에서 이루시고자 하시는 뜻이 그것이라 믿었기에 내린 최종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사제가 되어 사목 일선에 서서 지나 온 삶을 돌아보면서, 그리고 현재의 삶과 장차 걸어가야 할 주님의 길을 생각하면서 주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주님, 제가 그렇게 믿음직스러우세요?"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요?"라는 물음 말이지요.

 

내게 당신의 일을 맡기시는 주님이 너무나도 고맙습니다. 이래 저래 쓰러지고 헤매는 나 자신을 돌아보면 주님께 죄송한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그래도 변치 않고 당신의 일을 맡기시는 주님을 뵈면서 다시 일어날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내게 맡기신 금화 하나를 열 개로 불리는 분은 주님이시기에 두려움없이 기쁜 마음으로 오늘도 주님의 금화를 맡아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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