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걱정만 하는 우리들(34주 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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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 작성일2000-11-29 | 조회수2,674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어떤 자매님이 계셨는데, 이 자매님은 늘 걱정이 많았습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에 대한 걱정은 무척이나 컸지요. 그런데 그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서 취직한 회사는 출장이 무척이나 많은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한 달에 보름은 거의 기차나 비행기를 타야만 했지요.
그런 아들을 보면서 이 자매님은 너무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늘 집을 나서는 아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얘야, 사고가 많이 난다는데 제발 조심하렴."
그 자매님은 신문을 볼 때마다 혹시 기차나 비행기 사고가 없었는지 살펴보시곤 하셨지요. 그리고 기사들을 모아 두셨다가 아들이 집에 돌아오면 어김없이 보여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자, 보려무나. 비행기 사고, 기차 사고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니? 그리고 그 사고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니? 그런데 넌 지금 그게 뭐니? 한 달에 보름은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있잖니? 위험하니까 네가 다니는 그 회사 때려치워라."
이 아들은 처음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넘겼지만, 그 말씀을 사고가 날 때마다 말씀하시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은 어떤 잡지를 가져와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머니, 이 기사 좀 보세요. 글쎄 세상 사람들의 97퍼센트가 침대에 누워서 죽는다는군요. 이 통계로 볼 때, 침대에서 자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저는 많은 시간을 기차와 비행기 안에서 보내고 있으니 얼마나 안전해요? 그러니까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 있는 것이 더 안전한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아들의 말처럼 세상 사람들의 97%가 침대에 누워 죽는데도 불구하고, 기차나 비행기를 탈 때를 더 걱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어머니는 아들의 이 말을 들은 뒤에는 회사를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사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날 때, 가장 큰 위험을 안고 태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죽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할 때,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들의 무덤을 향해서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 말씀이 특히 우리들의 마음 속에 많이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어떤 고통과 시련이 있을 때가 바로 복음을 증언할 때이니 "미리 걱정하지 말아라" 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주님께서는 그런 시련과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직접 우리들에게 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제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그 자매처럼 어떤 걱정으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결과가 잘못될까봐, 내가 하고 있는 이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우리들은 아닌지요? 물론 저 역시 이 물음에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을 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건설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걱정이 가득한 곳에 하느님의 나라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은 복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복음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즉, 걱정보다는 온 몸, 온 마음으로 복음의 말씀대로 살아갈 때, 우리는 삶 자체로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어떻게 하지?'라는 말보다는 '이렇게 해야지'라는 말을 즐겨하는 우리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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