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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두개의 잣대(대림 2주 금)
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14 조회수2,459 추천수16 반대(0) 신고

인간은 눈금이 다른 두 개의 잣대로 가치를 재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 하나는 나 자신을 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남을 재는 것이랍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렇게 표현한 말이 있습니다.  

 

만일 그가 그의 일을 끝내지 않았다면 그는 게으르다 하고, 내가 일을 끝내지 않았다면 나는 너무 바쁘고 많은 일에 눌려있기 때문이라 한다.

만일 그가 다른 사람에 관해서 말하면 수다장이라 하고, 내가 다른 이에 관하여 이야기하면 건설적인 비판을 한다고 한다.

만일 그가 자기 관점을 주장하면 고집쟁이라 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개성이 뚜렷하다고 한다.

만일 그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콧대가 높다고 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그 순간에 복잡한 다른 많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만일 그가 친절하게 하면 나로부터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친절하다고 하고, 내가 친절하면 그것은 유쾌하고 좋은 성격의 한 부분이라 한다.

 

이렇게 나를 기준으로 재느냐, 아니면 남을 기준으로 재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은 어떠신 것 같으세요? 내가 기준의 잣대입니까, 아니면 남이 기준의 잣대입니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스라엘 사람들 역시 내가 기준의 잣대였던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생의 빛이 되어줄 스승, 즉 메시아를 기다렸지요. 그러던 중 보통 사람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낙타털 옷을 입고 광야에서 지내면서 사람들에게 회개하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람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대로 따르기란 쉽지가 않았지요. 그래서 그들은 말합니다.

 

"이 사람은 미쳤다."

 

얼마 뒤에 또 어떤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이 사람 역시 보통 사람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병자도 치유해주고, 각종 기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전에 인생의 빛이 되어줄 스승이라고 기대했던 세례자 요한과는 정반대의 삶을 삽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먹고 마셨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경멸하는 세리, 죄인, 병자들이 다가오는 것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오랜 친구처럼 지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또 말합니다.

 

"이 사람은 먹보요, 술주정뱅이이다."

 

누군가를 기다리고는 있지만, 실상은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한 마음. 그래서 변화되지 않는 이스라엘 사람을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해서 접할 수가 있습니다. 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기준의 잣대이기 때문이었던 것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동과 반대되는 사람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받아들이든지, 받아들이지 않든지 그것은 내 외부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완고한 마음을 모두 떨쳐 버리고, 내 안에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어야 우리는 진정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수님을 거부했던 것처럼, 나를 기준의 잣대로 삼으면 우리도 예수님을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이 순간, 내가 아니라, 나의 이웃이 바로 내 기준의 잣대가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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