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족들을 생각하며(사순 1주 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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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3-10 | 조회수2,502 | 추천수24 | 반대(0) 신고 |
2001, 3, 10 사순 제1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5,43-48 (원수를 사랑하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아."
<묵상>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시기에 저에게 누가 원수인지를 생각해봅니다. 원수를 쉽게 떠올릴 수가 없어서, 굳이 원수는 아니라 하더라도 저와 가장 가까이 함께 있으면서도 오히려 저의 관심 밖에 있는 이들을 생각해봅니다. 과연 누굴까? 놀랍게도 '가족'이 떠오릅니다.
사제가 되어 교우분들과 생활한다는 이유만으로 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기에 가족들에게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 시절, 직장 시절, 그리고 신학교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가족들은 저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만난 많은 사람들에게 저는 과분하게도 따뜻한 사람, 온유한 사람, 넉넉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과분한 평가를 받으면 받을수록 가족은 점점 더 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가정은 잠만 자는 곳으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피를 나눈 형과 동생은 당신들의 관심 안에 저를 묶어 놓았습니다. 비록 중심부는 아니었다해도 학생 운동, 노동 운동, 청년 운동에 꾸준히 몸 담았던 저를, 사제 성소를 놓고 고민하던 저를 사랑과 걱정으로 보듬어 주셨던 것입니다.
제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 막중하고 나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과 단체가 중요하다는 알량한 핑계를 대면서,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사사로운 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저의 과제라고 착각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제라는 이유가 하다 더 붙어서 가족들에게 거의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생활을 정당화하고 자랑스럽게까지 여기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세리들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하고, 이방인들도 자기 형제들에게는 인사를 하는데, 정작 제 자신은 저의 가장 소중한 뿌리인 가족들을 외면하고 지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기 전에 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가족들을 품에 안아야겠습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다하더라도 마음으로 다시금 하나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밤 부모님께 따뜻한 목소리로 전화를 넣으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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