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기뻐서 어쩔줄을 몰랐다...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1-04-23 조회수1,956 추천수16 반대(0) 신고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여러분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던 적이 있습니까?

정말로 보고 싶은 사람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보게 되었을 때,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닥쳤을 때,

감동과 감격의 눈물이 핑 돌게 될 정도로

그렇게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던 적이 있습니까?

 

제자들은

바로 주님을 뵙고 그러하였습니다.

죽었던 주님을 뵙다니요.

나의 온전한 희망이었던 그분을

이제는 영영 못뵈오리라고 생각하고

체념하였던 그분을

뵙게 된 심정은 짐작할 만합니다.

 

가끔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게 되면

하루가 지겹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하루가

싱그럽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또 한 사람 안에서도

어떤 날은

살아있음이 이렇게 해맑고 싱그러울 수가 없어서

내면적인 기쁨에 어쩔 줄을 몰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삶의 무게 때문에 짓눌려

살아갈 의욕조차 느끼지 못할 때는

하루의 눈뜸이 지옥같이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제자들은 지옥체험과 부활체험을 동시에 하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지상 여정을 걷는 동안

끊임없이 이러한 지옥체험과 부활체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것이 정상이지요.

그 어떤 사람에게도 지옥같은 날만이 있지 않고

그 어떤 사람에게도 부활체험만 매일같이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부활체험은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누리게 될 그 기쁨을

맛뵈기로 체험할 뿐이지요.

 

이 지상에서 느끼는 부활체험, 생명체험이 우리를 기쁨에 겨워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만든다면

저 세상에서 영원히 누리게 될 그 행복체험은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가끔씩 다가오는 지옥체험조차도

그 영원한 부활체험을 생각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영원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참으로 피곤하고 힘들었습니다.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

그러면서도 해야할 일은 많이 밀려 있고...

아,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도 했습니다.

이것이 지옥체험이겠지요.

 

그러나

내일은 맑게 밝게 눈을 뜰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보여주심으로써

제자들이 기쁨에 겨워 어찌할 수 없었듯이,

나도

주님을 뵙고야 말겠기 때문입니다.

그 주님을 뵙는 길만이

내가 부활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 주님은

창가의 따스한 햇살처럼 나에게 오십니다.

연두빛 나뭇잎들의 싱그러움으로 나에게 오십니다.

살랑대는 수양버들 나무를 통해서도 오십니다.

오늘

해야만 하는 강의 속에서도 그분은 나에게 오실 겁니다.

또 준비해야 하는 회의 자료 마련 시에도 나에게 오실 겁니다.

형제, 자매들과의 만남 속에서도 오실 겁니다.

식사 시간에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서도 오실 겁니다.

 

오늘

특별히 새록새록 그분을 여기저기서 만나 뵈오렵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내어줄 수 없는 그 기쁨에

나도 어쩔 줄 몰라하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어보렵니다.

 

아,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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