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적이라는 것..(4/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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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우진 | 작성일2001-04-26 | 조회수2,051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난 신부로서,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오면서 참으로 부담스러운 경우를 많이 겪게 된다. 특히 사제는, 수도 생활을 하는 사람은 좋은 말을 해야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고, 늘 모범 적이어야하고 등등의 신념이 그것이다.
그렇게 살아가야한다고 배우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과연 완전히 그럴 수 있을 까? 과연 인간인 수도자가, 사제가 그것은 완전히 실현할 수 있을까?하는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삶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겠냐?는 30년간 수도생활, 사제 생활을 해오신 선배님의 말씀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난 사실 그런 모습이 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가 꿈꾸고 있던 기적은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같다. 조금은 나의 일상에서 벗어난 그 어떤 것으로 생각했었던 같다.
내가 그렇듯이 나의 주변의 사람들도 자신의 일상의 삶 안에서 기적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그런 삶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서 기적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듯하다.
평소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아주고,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 나의 기분이 달라지고, 평소와는 다르게 오늘 나의 기도가 나를 흥분케하는 그런 상태말이다.
만일 그것이 기적이라고 말한 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기적이 아닐것이다.
차라리 자신의 일상의 참담하고, 암울할 지라도 다른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희망을 잃지않는것, 자신이 장애(내적,외적)를 가지고 있어도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기적이 아니겠는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바로 그런 기적을 행하신다. 우리 일상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그런 기적 말이다. 빵이 부족함에도 결코 당황하거나 난처해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그곳에 참여했던 군중들이 자신들이 가진 바를 나눔으로써 이루게되는 그런 기적말이다. 물론 하느님의 권능이 작용하였기에 그것이 가능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참여했던 인간들이 자신들이 가진 바를 나누지 않았더라면 그같은 기적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혹자는 신부가 그런 생각을 하면 되겠는가? 하고 생각할 지모르지만 우리는 그와 같은 기적을 오늘날 미사 안에서 체험하며 살아간다. 그분이 먼저 자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 주시고 그 모범을 따라서 우리가 행하는 그런 기적 말이다.
아마도 믿지 않는 이들이 보기에 조금은 이상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미사라고 하는 것이, 미사 후에 이루어지는 우리의 미사적 삶의 실천이 기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일 아침 내가 드리는 미사는 참으로 벅찬 감동으로 다가올 것같다.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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