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역설, 그리고 신앙생활의 여정(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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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건중 | 작성일2001-05-16 | 조회수2,023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40. 역설, 그리고 영성생활의 여정
말도 안되는 죽음 앞에서 그 죽음의 친구가 되고, 슬픔의 저 밑바닥을 희망의 기초로 삼으며, 가슴아픈 고통을 우리 존재의 원초적인 가련함을 해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면? 사실 신앙 없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이는 뭔가 어처구니없는 이율배반일 뿐이다. 그러나 죽음을 극복하고 3일만에 부활하신 그 분의 사랑 안에 우리의 믿음을 두게되면 이 얘기들은 이율배반이나 모순이 아닌 역설이 된다. 우리 실존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극명한 역설이 되는 것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만든다. 죽음은 애매하고 불분명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죽음은 정말 관건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야 만다. 그래서 죽음은 우리의 심판이다.
나는 생(生)에서 철저히 이탈한 사람들, 삶을 통하여 배우고 이 생에서는 아무 것도, 그 누구도 없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창조적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이런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기들의 가족과 안식처를 박차고 뛰쳐나가 미지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나는 이처럼 점점 더 자유롭게, 점점 더 나를 하느님께 열어드리고, 하느님께서 우리의 가장 은밀한 마음 터에 말을 걸어오실 때에 더욱더 기꺼이 응답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우리 영성생활의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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