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내가 아직 두발로 거리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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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승국 | 작성일2003-01-02 | 조회수1,997 | 추천수28 | 반대(0) 신고 |
1월 3일 주님 공현 전 금요일-요한 1서 2장 29절-3장 6절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사랑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십시오."
<내가 아직 두발로 거리를>
오래 전에 저희 집에서 살다가 취직한 한 아이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평소에 건강이 별로 좋지 않은 아이였는데, 최근에 더 악화되었는가 봅니다. 혼자서 얼마나 아팠던지, 그리고 걱정이 되었던지 혼자서 제 발로 응급실을 찾아갔답니다.
우리가 가끔씩 체험하는 것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서글픈 일은 몸이 아플 때이지요.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매일 얼굴을 마주 보고 살기에 서로의 건강상태를 대충이나마 확인하고 삽니다. 그래서 혹시 낯빛이라도 안 좋으면 병원에 같이 가보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몸도 시름시름 안 좋은 이 친구에게는 아무도 병원까지 동행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해봐도 여의치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수도원으로 전화를 한 것입니다. 물론 마음이 따뜻한 우리 수사님 한 분이 즉시 응급실로 출동했습니다.
저녁에 멤버교체를 위해 응급실에 잠시 들렀습니다. 응급실은 각양각색의 환자들로 빼곡했습니다. 숨넘어가기 직전의 환자, 흙빛의 얼굴을 하고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환자, 호스란 호스는 있는 대로 다 꽂고 의식도 없이 누워있는 환자, 다급하게 실려오고 실려나가는 환자, 힘겹게 겨우겨우 호흡을 이어가는 환자 환자들...
그분들을 바라보며 정말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내가 아직 숨쉬는데 별 어려움 없다는 것과 내가 아직 두발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오늘 내게 주어진 상황이 아무리 힘겨워도,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일단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구나. 아직도 숨쉬고 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아직도 내게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계신다는 표현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첫 번 째 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이렇게 외칩니다.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가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십시오."
절절히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했던 요한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고백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으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았던 요한이었기에 자신에게 와 닿는 모든 상황을 예수님 자비와 연결시킵니다. 방황과 좌절, 고통과 죽음 앞에서도 하느님 자비를 기억하며 희망을 지닙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며 다시금 새출발합니다.
돌아보면 지나온 삶 구비 구비 그 어느 순간에도 하느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지난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매 순간 순간마다 이어져온 아버지의 자비를 기억하는 일입니다.
별탈 없이 아침을 맞이할 때마다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할 기도가 있습니다. 그 기도는 다시 한번 생명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입니다.
서울 소년원 천주교반 겨울 신앙학교 단기자원 봉사자 모집
*일시: 2003년 1월 7일(화)-10일(금) 10:00-16:00 *장소: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소년원 천주교반 *봉사내용: 신앙학교 도우미(나흘이 어려우면 이틀, 사흘도 가능합니다) *봉사자격: 청소년들을 사랑하는 40세 미만의 남녀(머리 쓰는 일 별로 없음) *문의: 011-9936-3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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