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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봉헌금 냈으니 당연히 성체를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06-22 조회수2,202 추천수28 반대(0) 신고

6월 22일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마르코 14장 12-16절, 22-26절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봉헌금 냈으니 당연히 성체를>

 

그 누군가를 찐하게 사랑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진정한 사랑은 이유가 없는 사랑이란 것을 말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명분도 없습니다. 대가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존재 그 자체가 사랑스럽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의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징후 가운데 하나는 수많은 군중들 가운데서 "내 한 사람"을 구별해내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이 좀 더 진전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 세상만사가 그 사람과 결부되기 시작하는 현상이지요. 그 사람으로 인해 세상살이가 의미를 지니기 시작합니다.

 

길을 걷다가 쇼윈도 안에 걸려진 때깔 나는 옷만 봐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조금만 맛갈진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사람이 떠오르면서 음식이 목에 걸려 제대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런걸 보면 저는 "사랑"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어도 보통 먼 것이 아닌 듯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제가 좋아하는 보*탕이나 우럭매운탕 같은 것을 대하노라면 사랑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한 순간 거의 제 정신을 잃고 말지요.

 

좀더 사랑이 깊어지면 "증여"의 단계에 도달합니다. 무엇이든 주지 못해 안달이 나기 시작합니다. 물질공세로 나간다는 말이지요. 기념할만한 날이건 아니건 상관없습니다. 무조건 갖다 퍼붓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에는 "공유"의 사고방식과 삶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무리 주어도 뭔가 허전하고 아쉽기만 합니다.

 

결국 물질적으로는 주어도 주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요. 따라서 진정한 사랑이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단계는 영혼을 바치는 단계, 생명까지 바치는 단계입니다.

 

사랑 중에 가장 완성된 사랑은 생명까지 내어바치는 사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는 사랑, 결국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너무도 극진히 사랑하신 나머지 당신이 지니셨던 것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인 생명-당신의 살과 피-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날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예수님의 성체를 영할 때 과연 어떤 마음으로 영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 새영세자처럼 "봉헌금을 냈으니 당연히 성체를 모셔야지요"하는 마음으로 영성체 행렬로 나아가지는 않으십니까?

 

성체를 영하러 나가는 옆 좌석의 교우분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그저 엉겁결에 따라나서지는 않으십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사랑의 원천이신 예수님, 우리 죄인들을 위한 무죄한 희생양이자 가장 숭고한 사랑의 모델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데 우리의 몸가짐을 어떠합니까?

 

오늘 하루 예수님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그저 기뻐하고 감사하며 행복해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그분의 그 고귀한 살과 피가 우리 비천한 육신 안으로 들어오심,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분의 성스런 살과 피는 죄로 물든 나약한 우리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주시니 뛸 듯이 기뻐하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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