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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쓰레기통이 되어라!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3-11-27 조회수1,563 추천수16 반대(0) 신고

                             

                             

                 

                 

            쓰레기통이 되어라!.....쓰레기통에 대한 묵상

            구정모 / 예수회 신부이며, 일본 상지대 신학부 교수

           

             

            오늘은 제가 사제 서품을 받은 지 8년째 되는 날입니다. 저는 서품 기념일을 조용히 경축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기쁨이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옵니다. 하느님께서 이끌어주셨던 지난 8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서품식 때의 일들 하며, 첫 미사를 봉헌하던 일들이 마치 엊그제의 일처럼 떠오릅니다.

             

            첫 미사는 고향에서 많은 친지분들, 옛 친구들 그리고 예수회 동료들에게 둘러싸여서 봉헌되었습니다. 첫 미사 강론은 예수회 선배이신 정일우 신부님이 해주셨습니다.

             

            “쓰레기통이 되어라. 정모야, 너는 지금부터 쓰레기통이다. 하느님의 쓰레기통이다. 하느님께서 너의 사제직을 통하여 세상의 많은 아픔을 담아내시기를 빈다.”

             

            그분의 60여 년 살아오신 삶 자체가 드러내는 강렬함으로 인하여, 그 강론말씀은 저뿐만 아니라 함께 미사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은총의 체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오늘까지 매일같이 저는 그때의 강론말씀을 새겨보려고 노력하여 왔습니다.

             

            쓰레기통은 어떤 존재인가? 쓰레기통은 우선 생활필수품이라고 하겠습니다. 꽃병은 꽃을 담고, 항아리는 곡식이나 음식물을 담아내는 데 비해 쓰레기통은 쓰레기를 담습니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많은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므로, 인간생활에서 쓰레기통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저의 수도원 침실과 학교의 연구실에도 각각 한 개씩 쓰레기통이 놓여 있습니다. 보통 가정에서 쓰는 중中 사이즈 정도의 크기입니다. 저는 매주 금요일을 청소의 날로 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통을 비웁니다. 쓰레기통이 없다면 제 방들이 얼마나 지저분해질까요. 그렇다면 사제가 쓰레기통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저는 오랫동안의 묵상을 통해서 이 말씀의 의미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 정 신부님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인간의 삶은 어려운 것이란다. 사람들을 만나거든, 결코 그분들의 어려움을 내치거나 판단하지 말거라. 있는 그대로 품어 안아라. 네 몸과 네 마음과 네 정성을 다해서 그렇게 하거라…. 사람을 사랑하거라. 사람의 아픔과, 사람의 고통과, 사람의 죄스러움과, 사람의 어두움들을… 깊이 사랑하고, 깊이 이해하고, 깊이 보듬어 안아라.

             

            너 스스로의 고통과 시련과 격정을 사랑하도록 하여라. 하느님께서는 친히 너에게도 고통을 허락하신다. 너의 고통은 하느님의 자비를 위하여 쓰여질 것이다. 너는 고통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육화할 것이다….

             

            예수를 바라다보아라.

            예수의 눈빛을 바라다보아라.

            예수의 마음을 바라다보아라.

            예수의 사랑을 바라다보아라.

            예수의 상처를 바라다보아라.

            예수의 십자가를 바라다보아라….

             

            정 신부님의 예견대로 저의 지난 8년간은 자신의 고통을 사랑하고, 또 그 마음으로 세상의 고통을 사랑하도록 이끌림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쓰레기통이 되는 의미와 보람 그리고 기쁨을 터득하기 시작한 시간이었습니다. 예레미야서(18,1-17)는 하느님께서 사람을 지으시는 것을, 도공이 질그릇을 빚어내는 일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여러 종류의 그릇을 빚어내십니다. 어떤 그릇은 꽃병으로 쓰시기 위해서 예쁘게 빚으시고(성모 마리아처럼), 어떤 그릇은 곡식을 담기 위해 크게 빚으시고(토마스 아퀴나스처럼), 또 어떤 그릇은 쓰레기를 담기 위해서 소박하게 빚으십니다(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처럼).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쓸모 없는 그릇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하느님의 심오하신 계획(에페소 3,3)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입니다. 심오한 계획이란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생명 안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들은 신음 속에서도 완성을 향하여 나가고 있습니다.

             

            쓰레기를 받아내는 저의 생명에도 하느님의 사랑이 깃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 이 명백한 선언!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모두의 생명 안에서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 이 당당한 고백!  

             

            † 찬미 예수님,

             

            우리는 우리 내면의 욕구 불만, 정서적 불안감, 시기, 질투, 의혹, 미움등의 쓰레기들(?)을 타인에게 투척하기는 쉽지만 우리 자신이 타인의 쓰레기통이 되어주기는 정말 어려울거예요. 2000년 전 (주)하늘나라 청소 용역 대행 업체를 차리신 예수님은 원조 미화원! 원조 때밀이! 원조 足 마사지 전문가! 우리들이 버리는 모든 쓰레기들을 받아 주시기 위해 오늘도 친히 당신 자신을 쓰레기통으로 내어 주시는 예수님~♡ < ☞ 경고, 이 곳에 쓰레기 투척하다 적발시 엄벌에 처하지 않음. 주인장 예수 백 > 우리도 한 번 타인의 쓰레기통이 되어 보시지 않으실래요? 오늘 하루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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