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콤비 플레이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3-12-13 조회수1,930 추천수23 반대(0) 신고

12월 13일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마태오 17장 10-13절

 

"과연 엘리야가 와서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을 것이다."

 

 

<콤비 플레이>

 

올 한해를 시작하면서 결심한 다짐 중에 첫 번째 다짐이 수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일, "집에 잘 붙어있자"였습니다. 집에 붙어있어 보니 너무나 좋더군요. 사실 수도자가 밖으로 다녀봐야 좋을 것 하나도 없다는 것을 늦게 나마 깨닫게 된 것이 올 한해 제게 있어 제일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한 사회복지시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두시간 짜리 강의 때문에 오랜만에 집을 비웠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사람들이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천국 같은 곳이었기에 안 갈 수가 없었습니다.

 

강의 두 시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두 시간 동안 남 앞에 선다는 것, 그것도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서 뭔가 이야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제는 꾀를 좀 냈습니다. 학기말 시험 끝낸 수사님 한 명을 살살 꼬셨지요. 물론 레크리에이션이나 성가반주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수사님이었습니다.

 

떠나기 전날 두시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의논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의 계획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는 참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강의일변도로 나갔으면 정말 지루했을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상부상조해서 강의 시작 전 수사님의 성가연습, 그리고 제 간단한 강의, 휴식, 다시 모여 수사님과 함께 레크리에이션, 마무리 제 강의. 이렇게 진행하다보니 두시간이 금방 지나가더군요.

 

작은 체험이었지만 팀으로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찮은 일이라 할지라도 서로 머리 맞대고 계획을 짜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 고통을 분담하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팀플레이로 대응하려는 노력, 공동으로 행하는 사목이 물론 더디고 때로 짜증도 나겠지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모릅니다.

 

"내가 이 일의 책임자니 내가 모든 것을 다해야겠다", "나는 죽어도 이 모든 일의 주인공이다. 절대로 남에게 양보 못한다", "내가 이 일의 책임자니 모든 영광도 내 몫이다"는 사고방식처럼 피곤한 사고방식도 없습니다.

 

찰떡 궁합이란 말이 있습니다. 함께 일을 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서로 인내하는 가운데, 서로 한 마음이 되어 서로의 몫을 척척 잘 해내는 경우를 말하겠지요. 이렇게 될 때 진정 일할 맛이 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과연 엘리야가 와서 모든 준비를 갖추어 놓을 것이다."

 

여기서 엘리야는 세례자 요한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와 세례자 요한은 진정 찰떡 궁합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죄인을 구원하는 선교사업에 더할 나위 없는 찰떡 궁합이었습니다.

 

두 분은 각자가 해야할 몫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는 예수님께서 오실 길을 잘 닦는 역할이 주어졌었는데, 그 역할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마무리지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오실 길을 완벽하게 닦아놓자마자 정확하게 주인공이신 예수님께서 등장하십니다. 예수님이 전면에 등장하자마자 자신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한 세례자 요한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무대 뒤로 물러섭니다.

 

인간 구원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콤비 플레이였습니다.

 

 

살레시오 청소년 송년 기도의 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일시: 2003년 12월 31일 오후 10:00-2004년 1월 1일 오전 5:00

장소: 서울 양천구 신월동 살레시오 교육회관(5호선 까치산역에서 셔틀버스 운행)

내용: 기도와 찬미, 화해성사, 새벽신년미사로 성화된 연말연시를

회비: 5000원

참가대상: 청소년, 청소년을 동반한 부모

문의: 831-3068, 011-9182-3217 김상윤 베드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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